JSA 귀순 北 병사 “TV 켜 달라… 먹을 것 달라”

입력 2017-11-21 18:53 수정 2017-11-21 21:37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지난 13일 귀순한 북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해 의사소통도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5곳 이상의 총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이던 귀순 병사는 현재 고통을 느끼는 신체 부위를 말하는 등 의료진과 대화가 가능한 상태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귀순 병사의 의식이 돌아왔으며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금씩 말을 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에선 합동신문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귀순 병사가 TV를 켜 달라거나 먹을 것을 달라는 등 의사를 표시할 만큼 의식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귀순 병사의 중환자실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귀순 병사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 등이 참여하는 합동신문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귀순 병사를 치료 중인 아주대병원 측은 폐렴 증세 등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완전한 회복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귀순 병사가 복부와 폐에 총상을 입으며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만큼 신체적 고통에 심리적 불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진이 귀순 병사 병실에 태극기를 걸어놓은 것도 ‘남한에 넘어와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조치다. 의료진은 22일 3차 수술을 진행하고 귀순 병사의 병세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합동신문은 오는 24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귀순 병사는 말을 드문드문 하는 등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아직 신문을 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귀순 병사의 신분과 귀순 동기는 합동신문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 당국은 귀순 병사가 우리 군의 부사관부터 병사 계급을 통칭하는 ‘하전사급’이며 20대 중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귀순 병사가 의료진에게 “25세 오봠봠”이라고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군 관계자는 “신분이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사는 이르면 22일 귀순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군 당국과 협의 중이다. 귀순 당시 JSA 내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에 찍힌 영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사 관계자는 “당초 공개하려던 26초짜리 CCTV 영상뿐 아니라 MDL 침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면 등 남아 있는 영상을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