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목소리, 마른 입술… 롯데 입점하려 면접 본다

입력 2017-11-21 18:30 수정 2017-11-21 21:43
2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리테일아카데미에서 청년 기업가들이 롯데마트의 심화면접에 임하고 있다. 면접을 통과한 100개 기업은 창업지원금 800만원을 받고, 롯데 유통 채널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긴장한 얼굴의 청년이 4명의 심사위원 앞에 섰다. 먼발치에서도 바짝 마른 입술이 보였다. 이내 떨리는 목소리가 면접장을 울렸다. 10여분의 발표가 끝나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에 소속된 상품기획자(MD)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테스트해보는 검증 작업도 이어졌다. 15분이 지나자 곧바로 대기하던 다음 창업가가 들어왔다. 21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총 150개의 신생 창업 기업이 롯데에 유통 판로를 마련하기 위해 심화면접에 참여했다.

“중소기업이 대형 유통 판로에 진입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문데 롯데라는 큰 유통업계에 발을 들이면 기업의 신인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면접을 마친 뒤 만난 NON(엔오엔) 유수영 대표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살균탈취제를 개발한 유 대표는 면접을 위해 충남 금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대형 유통사에 입점하면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한결 쉬워진다.

롯데마트가 2015년 시작한 청년창업 지원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등 롯데 유통BU가 모두 참여한다. 청년창업 기업들 중 심화면접을 통과한 100개 기업은 창업지원금 8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지원금보다 유통 채널 확보에 기대를 건다. 국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판촉 행사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 중 40∼50개 업체는 꾸준히 롯데에서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상품기획자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네며 창업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소비자 기대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심리적인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가구 바이어 이범석 대리는 “아이디어 상품 위주의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제품도 있어 전반적으로 전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일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