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의 세계 정상급 성악가가 대거 출연하는 오페라 ‘아이다’가 온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오페라 페스티벌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이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 한국인 테너 최초로 이탈리아 스칼라 무대에 선 이정원,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벨리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베이스 손혜수….
이들이 국민일보 창간 29주년을 맞아 다음 달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아이다’ 무대에 함께 오른다. 아이다를 연기하는 임세경과 제사장 람피스 역을 맡은 손혜수를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알아온 친구사이. 둘 다 유럽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많았다.
손혜수는 “세경이를 비롯해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이 모두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인정받는 분들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JTBC ‘팬텀싱어’ 출연 등으로 바빴던 그에겐 오랜만의 오페라 무대 나들이다.
이탈리아 베로나를 사로잡은 임세경이지만 고국 무대에 서는 감회는 남다른 듯했다. 임세경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는 외국인이 더 각광받는 경향이 있어서 실력이 우수해도 한국인이 주역으로 발탁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한국 무대에서 주역으로 발탁돼 너무나 기쁘고 설렌다”고 했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적국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주세페 베르디의 대표작이다. 임세경은 유럽에서와는 다른 아이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아이다는 조국도 사랑도 잃은 여인이다. 아이다의 삶에는 어떤 한(恨)이 있다”며 “이 한의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악가로서 임세경의 한결같은 바람은 ‘같은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이다. 그는 “배역에 최선을 다해서 다시 그 극장의 그 배역으로 초청받으려 노력한다”며 “내 바람은 큰 무대에 한 번 서는 게 아니라 현장에 오래 남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2년 연속 주역으로 캐스팅되고 있다.
손혜수는 “람피스는 이집트를 수호하는 종교적 수장으로서 평화와 전쟁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양면적 캐릭터”라며 “복합적인 캐릭터 연기를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얘기했지만 목소리는 카페 공간에 울렸다.
그는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팬텀싱어와 관련해 “그동안 성악은 KBS ‘열린음악회’ 등 한정된 프로그램에서만 들을 수 있었는데 (팬텀싱어가 나오면서) 성악이 가요보다 때론 더 달콤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 같다”며 “성악에 대한 관심이 저변으로 확대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아경은 아이다의 경쟁자 암네리스, 테너 이정원은 아이다의 연인 라다메스를 연기한다. 연출가 이의주는 홀로그램 스크린을 이용해 이집트 신전을 표현하는 등 현대적이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준비한다.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그란데 오페라합창단, 김용걸 댄스시어터가 함께해 웅장한 무대를 만든다. 정찬희 대한민국오페라단협의회 회장은 “출연진이나 무대 모두 훌륭해 국민일보 창간 29주년 오페라로 흠잡을 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이 후원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손혜수 “두 얼굴의 람피스역 연기 위해 고민 중” 임세경 “아이다 恨의 정서 절절하게 표현하고파”
입력 2017-11-21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