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좀처럼 역동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인데 순이익만 늘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면서 이윤을 쥐어짜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계청은 기업활동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만2472개 기업이 2166조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21일 밝혔다. 전년 대비 약 7조원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하향세를 뒤집기에는 증가폭이 미미했다. 기업 매출은 2013년 2257조원에서 2015년 2159조원까지 매년 하락세였다. 이번 조사는 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원 이상인 법인을 대상으로 했다.
매출이 정체하는 동안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 기준)은 늘었다. 지난해 기업이 올린 순이익은 128조원이다. 전년 대비 18조원 증가했다. 기업이 1000원의 매출을 올려서 남긴 돈은 58.9원이었다. 역시 전년에 비해 8.5원 늘었다.
이런 현상은 국내 기업이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거나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사업구조를 혁신해 나가기보다 기존 사업에 머무르면서 이윤을 더 남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 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239곳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1.9%에 그친다. 그마저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기업은 81곳에 그쳤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나서는 기업이 그만큼 드문 것이다. 주력사업에 변동이 있는 기업은 484곳이었다. 49.6%는 주력사업을 확장했고, 나머지는 축소(37.4%) 또는 이전(13.0%)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기업들은 아웃소싱 등으로 비용 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내부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한 기업의 비율은 73.5%로 전년대비 0.4% 포인트 상승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다가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비·청소·시설관리나 운송·배송 업무의 아웃소싱이 많았다.
김 실장은 “기업 활동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기업의 사업구조 혁신 노력이 있어야 하고, 기업이 더 과감하게 신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비롯한 ‘혁신 성장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기업들 ‘파이’ 더 챙기기… 매출 정체인데 순익은 늘어 새 사업 찾기보다 현실 안주
입력 2017-11-21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