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기부 장관 임명
마침내 마지막 퍼즐 맞춰
장관급 후보만 5명 낙마
인수위 부재에 인사 난맥
높아진 잣대·인재풀 한계
文 ‘5대 비리’ 원칙도 발목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정부 출범 195일 만에 초대 내각 구성이 완료됐다. 장관 후보자 3명을 포함해 장관급 후보자 5명이 낙마하는 등 만신창이 끝에 만들어진 내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워 당선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재, 좁은 인재풀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 기준도 더욱 높아진 탓에 문재인정부는 당면한 공공기관장 인사는 물론 향후 2기 내각 구성에 있어서도 설득력 있는 인사 기준 마련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안경환(법무부), 조대엽(고용노동부), 박성진(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했다. 안 전 후보자와 조 전 후보자는 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인사였지만 부적절한 개인사 등으로 낙마하면서 정권 출범부터 타격을 입었다. 박 전 후보자의 경우 벤처·창업 붐을 기치로 내걸고 신설된 중기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하지만 역사관 논란 등으로 중도하차하면서 중기부 신설 취지가 퇴색됐고 청와대 인사·민정라인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기존에 임명된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수월했던 것도 아니다. 홍 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모두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들이어서 향후 인사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인사 난맥상의 가장 큰 이유로 대통령직인수위 부재를 꼽는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59일, 박근혜정부는 48일간 인수위가 운영됐음을 감안하면 195일이 걸린 문재인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은 ‘지각 조각’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출범 후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 직원도 뽑지 못한 상황에서 내각 인사를 동시에 진행했다”며 “속도가 늦더라도 순리대로 진행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병역면탈,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에 해당되지 않는 인사를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는 2005년 이전 위장전입의 경우 투기성이 짙을 경우에만 인사에서 배제하겠다며 한발 후퇴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위장전입 등이 만연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내온 한 세대가 지나가야 5대 원칙을 충족시키는 인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자조도 자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홍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정말 참 사람 일이 마음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야당의)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있는데, 홍 장관이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 달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195일 걸린 ‘지각 조각’… 무엇이 발목 잡았나
입력 2017-11-21 18:22 수정 2017-11-21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