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너무나 당연하다

입력 2017-11-21 17:33
미국이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2008년 10월 해제 이후 9년 만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과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재지정 근거로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살인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한발 더 나아가 2주간에 걸친 추가 대북제재 발표를 예고했다. 중국 기관과 개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최고의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예견됐지만 긍정적인 조치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네 가지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효과보다는 외교적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정권에 불량국가라는 낙인을 찍어 고립을 가속화시키겠다는 의미다. 최근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 북한의 주요 교역 국가들이 잇따라 무역 중단을 선언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이참에 국제사회의 추가 동참을 이끌어내 김정은 정권을 고립의 벼랑 끝으로 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비핵화와 고사 중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이다.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중재력에 한계를 드러낸 중국을 향해선 실질적인 교역 중단 등 압박 강도를 높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다름없다. 물밑에서 대화를 탐색해 왔던 북·미 관계는 냉각 국면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는 또 다시 위기 국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시험발사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발사하며 미국 본토 위협에 나설 수 있다. 우리나라를 향한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한반도 정세를 이용해 단거리 미사일을 쏠 개연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김정은은 깨달아야 한다. 추가 도발은 생존까지 위협하는 더 큰 제재와 압박을 불러올 것이다. 고립은 곧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핵과 미사일을 내려놓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북한 내 권력구도 변화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처벌 첩보는 북핵 국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상황 파악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특히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진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남측 인사의 방북과 북한 제품 반입을 허용하는 등 아직도 남북대화에 연연하는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 최대한 북한을 압박할 시기다. 대북 제재를 주도하지는 못할망정 김정은의 숨통을 틔워주는 구멍으로 작동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