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수사·기소권과 검사 비위에 대한 전속 수사권을 가진 독립 수사기관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임명된 뒤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공수처 논의를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정청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공수처 설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수석은 모두발언에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비서관으로서 공수처 추진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이제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수석은 비공개 회의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국회 때 공수처법이 통과 안 되면 내년에 할 수도 있다. 임기 내 반드시 설치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86% 이상이 찬성하는, 온 국민의 여망이자 촛불혁명의 요구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국정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공수처 설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우선 공수처를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독립 수사기관으로 설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위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설정하되 검사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전속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이 ‘검사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전 검사장 등의 사례 재발을 막겠다는 뜻이다.
공수처 규모는 법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안을 따를 예정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법무부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간 충분히 논의를 하고 만든 안이기 때문에 법무부 안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안은 3년 단임의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을 두고, 23명 이내의 검사와 30명 이내의 수사관을 두도록 했다. 공수처장 임명은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국회가 1명을 선출하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 기류도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을 전제로 변화하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재인정권의 정치보복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검찰에 대한 강력한 견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지난달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권 위원장 제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수석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관련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취재진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자, 나갑시다” “비켜주실래요”라고 말하며 황급히 의원회관을 떠났다. 조 수석은 회의에 앞서 여당 의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국회 방문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 안 와야 될 텐데”라고 말했다.
최승욱 이종선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공수처, 수사·기소권 가진 독립기관으로 설치
입력 2017-11-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