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후보 세바스티안 피녜라(67) 전 칠레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중도좌파 후보 알레한드로 기예르(64) 상원의원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두 후보는 다음달 17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우파연합 ‘칠레 바모스’의 피녜라 후보가 36.64%,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기예르 후보가 22.70%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는 피녜라가 큰 격차로 기예르를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 유권자가 결집한다면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인 피녜라는 2010∼2014년 대통령을 지냈다. 칠레에선 민주주의 회복 이후 20년간 중도좌파 정권이 집권하다 이때 처음으로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전직 TV 앵커인 기예르는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며 현 정권의 진보 개혁 정책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재선은 가능하나 연임은 금지한 헌법에 따라 이번에 출마하지 못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진보적 어젠다를 앞세워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당선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집권 2기(2013∼2017년)에 들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구리 가격 급락으로 경제가 부진해진 데다 2015년 며느리의 비리 스캔들로 정권의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피녜라가 당선된다면 중남미 좌파 벨트가 더욱 흔들리게 된다. 10년 전만 해도 중남미는 좌파 일색이었는데 최근 수년 사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에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칠레 대선’ 우파 후보 1차 투표 승리
입력 2017-11-20 18:29 수정 2017-11-20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