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시한 넘긴 무가베… 결국 탄핵으로 가나

입력 2017-11-20 18:31 수정 2017-11-20 23:39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생방송으로 중계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조건부 퇴진 동의” 보도 나와
재산·면책권 보장하는 조건
퇴진 시한 지나자 상황 급변
21일 탄핵 절차 개시할 수도


군부 쿠데타 뒤 사퇴 요구에 시달려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거취가 안개에 휩싸였다. CNN방송은 20일 오전(현지시간) 군부와 무가베 대통령 간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은 자신들이 제시한 시한이 지나도록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자 구체적인 탄핵 절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과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 여사의 죄를 묻지 않는 것을 사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간 집권하면서 축적한 재산 역시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2001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이 보유한 자산 가치는 당시 17억5000만 달러(1조9300억원)에 달했다. 합의가 실행될 경우 무가베 대통령은 헌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사임 의사가 담긴 서한을 국회의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19일 생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예상을 깨고 정계와 군부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연설에서 자신의 거취를 언급하지 않은 채 발언을 끝맺었다.

그러자 이날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무가베 대통령을 당대표직에서 끌어냄과 동시에 제명하고 20일 낮 12시까지 퇴진하지 않을 시 탄핵 절차를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그레이스 역시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제명당하고 당 산하 여성연합 대표 자리에서 쫓겨났다. ZANU-PF는 또한 무가베 대통령의 후임 당대표이자 내년 대통령 후보로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꼽히는 에머슨 므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을 앉혔다.

BBC방송에 따르면 ZANU-PF는 무가베 대통령이 제시 시한까지 사임하지 않자 탄핵절차 논의를 위해 소속 의원들을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절차는 이르면 21일 중 시작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에 동의한 뒤 갑작스레 생각을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