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수수·횡령 의혹을 조사받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여권 고위 인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과거 의원 시절 비서관들의 일탈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청와대에 많은 누가 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그를 상대로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제공한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후원금 횡령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도 캐물었다. 전 전 수석은 후원금 수수뿐만 아니라 횡령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 측을 압박해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 중인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3억3000만원을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던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의 방송 재승인 결과를 문제 삼지 않는 대가로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전 전 수석의 가족이 롯데홈쇼핑의 로비용 기프트카드를 사용한 정황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후원금 중 1억1000만원이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유출되는 과정에도 전 전 수석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수석이 자신의 비서와 인턴 월급을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협회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 수수·횡령 과정에 직간접 개입한 전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 전 수석의 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씨와 김모씨, 자금세탁에 관여한 폭력조직 구로동식구파 출신 배모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씨 등 4명이 구속돼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檢에 소환된 전병헌 “불법 관여한 바 없다”
입력 2017-11-20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