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리딩뱅크 굳힐 것”… 노조 경영 참여는 무산

입력 2017-11-20 19:06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마친 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 연임, 허 행장 선임 안건이 의결됐다. 뉴시스

‘윤종규의 KB 2기’가 본격 출범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체제다. ‘KB사태’ 이후 불안했던 지배구조가 안정됐다는 뜻이다.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노사관계 회복은 윤 회장 앞에 놓인 숙제다.

KB금융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윤 회장 재선임을 결정했다. 주총 출석 주식수 중 98.8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윤 회장은 앞으로 3년 더 KB금융을 이끈다.

2014년 11월 경영권 분쟁인 KB사태 직후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직해 온 윤 회장은 분열된 조직을 조기에 수습했다는 평을 받는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KB투자증권으로 합병) 등 굵직굵직한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지난 3분기 누적 실적에서 신한금융을 따돌리며 ‘리딩뱅크’로 자리매김했다.

윤 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금융(CIB)을 확대하고 전통적인 은행·금융업 분야에서 과감하게 인수·합병하는 전략도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전략을 밝혔다. 또 “리딩뱅크는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KB의 강점인 개인·중소기업 같은 리테일의 강점을 살려 국민들의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99.85%의 찬성으로 선임이 확정됐다.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분리는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앞서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면 적절한 시기에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허 행장이 내부 출신이란 점에서 과거 외풍에 취약했던 KB금융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시작으로 KB금융 조직개편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맡아 어깨가 무거울 때 김옥찬 KB금융 사장이 와서 많이 도와줬다”며 “김 사장이 오늘 퇴임했고, 지주사 사장직은 유지할 실익이 없지 않으냐는 쪽에 (이사회) 의견이 모였다”며 KB금융 사장직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KB국민은행 상임감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걱정 끼치지 않겠다”며 조만간 선임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노조와의 관계개선은 숙제다. 주총에서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건(찬성률 17.73%)과 정관 변경 안건(찬성률 7.61%)은 부결됐다. 주총 과정에서도 갈등은 계속됐다. 노조 측에선 윤 회장이 개회사를 끝내자마자 절차를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했다.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적정성 여부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후 노조는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철회를 요청하며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절차상 이미 상정된 안건이기 때문에 부결 처리됐다. 윤 회장은 앞으로의 노사관계에 대해 “직원의 대표로서 노조를 존중한다”며 “건전하고 생산적인 얘기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부분은 구하겠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