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행정 개혁 TF, 조사권 남용 지적
촛불시위 연예인 기획사 조사 등 4건도
중대 위반 확인… 검찰 수사 의뢰 권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결정적 단초가 된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조사권을 남용한 ‘정치적 세무조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9월 26일자 1·3면 보도).
과거 정부의 세무조사 적폐 행위를 조사한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는 62건의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 사건을 조사해 5건에서 중대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위반 행위가 드러난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를 의뢰하라고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권고했다.
TF는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조사 과정 전반에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했는데, 이런 교차조사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교차조사는 조사권 남용의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세무조사 관련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조사를 끝내기도 전에 박연차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절차·내용에서도 모두 위법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TF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맡았던 김영재의원 김영재 원장의 중동 진출 방안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컨설팅 업체를 세무조사한 것은 조사권 남용으로 의심된다고 결론내렸다. 김제동씨 등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소속 기획사 등을 세무조사한 일도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에 포함됐다.
TF는 정치적 세무조사로 확인된 일부 사례, 여러 문제점이 두 가지 이상 발견된 세무조사 사례는 검찰 수사의뢰 등 적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교차조사를 포함한 조사 제도·절차를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국세청이 검찰 수사의뢰 등 강도 높은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8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TF는 국세청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적 세무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교차조사 개선 등 대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한계도 노출했다. TF는 국세기본법 상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직접조사를 못했다. 국세청 내부 감사팀이 조사를 한 뒤 이를 보고받는 간접조사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은 TF 출범 당시에 적극 지원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국세기본법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간접조사 방식을 택했다. TF의 조사 결과도 별도 브리핑 없이 ‘보도참고자료 배포’로 대신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태광실업 ‘정치적 세무조사’ 확인… ‘노무현 서거’로 이어져
입력 2017-11-20 18:57 수정 2017-11-20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