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수능 어떻게… 고사장 4곳 변경, 예비고사장 12곳 마련

입력 2017-11-20 18:54 수정 2017-11-20 21:35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 학생들이 20일 오전 등교하고 있다. 포항 북부 지역은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뉴시스
수험생 등 ‘관내 배치’ 원해
포항 남부지역으로 재배치

여진에 대비 포항과 인접한
영천·경산에 예비고사장

횟수 줄었지만 여진 계속
수험생 심리적 불안은 여전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기존대로 관내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가 난 포항 북부 지역 고사장 4곳만 남부 지역 중·고교로 재배치됐다. 포항 고사장은 모두 진앙과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강한 여진이 발생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불안감이 남아 있다.

교육부는 20일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포항 수능 시험장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시설 안전진단 결과 학생들의 심리상태, 이동·숙박 등 제반 응시 여건, 학생·학부모의 희망, 관계기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포항 지역 12개교에 대해 교육부, 교육청,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점검반의 1차 점검 및 교육부, 행정안전부 합동 2차 정밀 점검 결과 12개교 모두 구조적 위험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수능을 치르고 싶다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포항 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19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수험생들이) 포항이 아닌 곳으로 이동해 시험을 볼 경우 상당한 애로가 있다”며 포항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기를 희망했다. 경북교육청이 지난 16일 포항 지역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고사장이 안전하다면 포항에서 수능을 보고 싶다’고 응답한 수험생이 4499명 중 3935명(90.1%)에 달했다.

기존 포항 북부 지역 고사장인 포항고, 포항장성고, 대동고, 포항여고는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으로 변경됐다. 이들 대체 시험장이 있는 포항 남부 지역은 지난 지진 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곳이다. 교육부는 여진에 대비해 포항과 인접한 경북 영천과 경산에 예비시험장 12개교를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예비시험장 활용 여부는 상당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경우 경북교육청에서 결정해 학생들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그러나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횟수는 줄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경우 이미 큰 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실제 이날도 오전 6시5분 규모 3.6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 지난 16일 규모 3.6, 지난 19일 규모 3.5의 여진까지 규모 3.5 이상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규모 3.0 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 포항 전체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수능 당일 이 같은 여진이 발생할 경우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지진 발생 후 10일간 규모 3.0 이상 여진이 여섯 차례 발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