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6명 전북 임실군 지사中 탁구부 창단 15개월 만에 각종 대회 두각… 전국대회서 기적의 8강 스매싱

입력 2017-11-20 21:40
전북 임실 지사중 탁구부 선수들이 18∼19일 제주에서 열린 제10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탁구대회에 참가,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기념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끝은 김정자 체육교사, 왼쪽 끝은 권상철(과학) 탁구 지도교사. 지사중 제공

군 대회 우승, 도 대회도 우승, 그리고 전국대회 8강…. 전교생이 16명에 불과한 시골학교 탁구부가 창단 1년3개월 만에 기적을 일궈냈다.

전북 임실군 지사중(교장 김대식) 탁구부는 지난 18∼19일 제주에서 열린 제10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탁구대회에 출전해 8강에 올랐다. 김경기(3년)군 등 학생 8명은 17개 시·도 대표팀이 출전한 이 대회 예선에서 제주와 광주팀을 이기고 2승1패로 본선에 올랐다. 8강에서 지난해 우승팀인 대전 유성중에 져 이번 드라마의 막은 내렸지만 반년 새 연전연승의 역사를 썼다.

이 학교 탁구부는 지난해 2학기 동아리격인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1∼3학년 남학생 8명 전원이 선수가 됐다. 모두 난생 처음 라켓을 잡았지만 방과후 다목적실에 모여 땀을 흘렸다. 김정자(48·여) 체육교사가 클럽을 관리하고, 일반인 탁구동호회에서 활동해 온 권상철(55·과학) 교사가 학생들 훈련을 맡았다.

그리고 11개월 후, 지난 7월 임실군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어 9월에는 군 대표로 전북대회에 출전했다. “1승만 하고 오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14개팀이 나온 이 대회에서 지사중 탁구부는 숨은 실력을 뽐내며 4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즐기다 오자.” 이번엔 전북대표가 되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쉽게 본선 1차전에서 파죽지세의 기록은 멈췄지만 “해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은 한라산보다 높았다. 경기를 마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따라비오름, 표선해수욕장, 성읍민속마을 등을 돌아보고 학교로 돌아왔다.

양석진(3년)군은 “좋은 추억을 쌓고 왔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맺을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김정자 교사는 “참 기분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준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며 “여학생들도 탁구를 배우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아 내년에는 남녀팀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상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실=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