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정 실패… 시험대 선 메르켈

입력 2017-11-20 18:29 수정 2017-11-20 21:50

사상 초유의 ‘자메이카 연정’을 추진하던 앙겔라 메르켈(63·사진) 독일 총리의 구상이 어그러졌다. 도이체빌레 방송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0일 새벽(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기민(CDU)·기사당(CSU) 연합과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이 벌여온 연정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조속히 다시 연정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재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은 자민당, 녹색당과 함께 연정 논의를 진행해 왔다. 4개 정당의 당 상징색이 자메이카 국기 색깔과 같아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렸다. 네 정당은 애초 협상 시한이던 지난 16일 밤 12시를 지나 밤샘 협상을 벌인 데 이어 19일에도 재협상 시한인 오후 6시를 넘겨 논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밤 12시가 되기 직전까지 계속되던 논의는 결국 자민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결렬됐다.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은 난민정책과 기후변화 관련 환경규제에서 나머지 정당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협상 결렬 뒤 트위터에 “잘못된 정책을 펼치느니 차라리 (연정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적었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의 새 내각 구성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녹색당과 새 논의를 시작해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연정 내각을 꾸리거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직권으로 내년에 총선을 다시 치르는 선택지가 있다. 제1야당인 사민당(SPD)을 연정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민당은 메르켈과는 연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조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