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20년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변화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IMF로부터 돈을 빌린 대가는 혹독했다. 30대 재벌 중 16개가 퇴출되고 은행 26곳 중 16곳이 간판을 내렸다. 거리에는 실직자들이 넘쳐났다. 그로부터 3년8개월 만에 IMF에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하면서 IMF 체제를 졸업했다. 해외에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성공 사례로 칭송을 받았지만 너무 빨리 축배를 드느라 구조개혁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외환위기 20년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경제 기초체력은 강해졌지만 속은 중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딱 들어맞는다. 20년 전 20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3844억 달러로 18.4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37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2530선까지 올랐고 국제신인도는 일본보다 등급이 두 단계 높아졌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몇 년째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실업률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6%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도 문제다. 관치 경제와 정경유착,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부정부패 등 외환위기의 구조적 원인이 해소됐는가도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주력 산업은 중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고 한국을 먹여살릴 미래 성장동력은 안 보인다. 최근 곳곳에서 나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전문가 489명을 조사한 결과 88%가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라고 답했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 속 개구리처럼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의미다. 전문가의 60%는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 1∼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외환위기 20년… 한국경제 중증 앓고 있다는 경고음
입력 2017-11-20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