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별소비세 이어
교육세 등도 동반 인상 방침
복지위 일부 의원 반대로
법안심사 후순위로 밀려
정부가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부담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의원의 반대로 관련 법안 심사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관련 업체의 입김 때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9일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20개비)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약 400원 인상키로 했다. 이어 기타 과세비율도 동반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부담금 인상안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국회 복지위,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인상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각각 계류 중이다. 향후 관련법 개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 및 부담금이 현행 1739원에서 2986원으로 1150원가량 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도 5000원(현재 4300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부담금을 일반 담배(한 갑 기준 841원)와 동일하게 인상하는 안이다. 하지만 개소세가 일반 담배(549원)의 약 89%인 529원으로 인상된 만큼 부담금 역시 ‘438원→750원’으로 동일 비율에 맞춰 312원 인상하는 방향으로 수정 의결할 전망이다.
변수는 복지위 소속 일부 위원들의 반발 기류다. 복지위 관계자는 20일 “일부 의원실이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복지부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금 관련 논의는 뒤로 미루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유해성과 관련된 식약처 보고를 받자’는 등 이견이 있어 야당 내 의견 조율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21일부터 사흘간 상정된 주요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심의 순서는 전체 160여건의 법안 중 80번째 이후로 밀려 있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나 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8월 말 당시 조세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소세 인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전체회의 상정을 미루고 통계 검토를 요구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여야는 국감 기간 허위자료 논란이 불거지는 등 두 달여 우여곡절 끝에 이달 초 본회의에서 개소세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글로벌 담배 제조 업체가 국회 로비로 법안 상정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업체가 지연된 기간만큼 세 부담을 덜었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부담금 인상을 위해 국회 설득에 공을 기울여온 만큼 일단 개정안 통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박 의원 개정안을 개소세 인상 수준에 맞춰 수정 의결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무난히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위 심사 과정에서 다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로 예정된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의결이 무산되면 과세 지연으로 담배 제조 업체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단독]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잡음’… 더 커지는 ‘입법로비’ 의혹
입력 2017-11-20 18:44 수정 2017-11-2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