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가 온다] 세계는 지금 자코메티 열풍… 전시 행렬 지구 한 바퀴

입력 2017-11-20 20:30 수정 2017-11-20 22:04
알베르토 자코메티 사후 50주년이 된 2016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회고전 열기가 뜨겁다. 한국전은 창간 30주년을 맞은 국민일보가 국내 최초로 마련했다. 대표작의 하나인 ‘서 있는 여자’를 부둥켜안고 있는 자코메티.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2016),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2016),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2017), 일본 도쿄 국립신미술관(2017), 한국 서울 예술의전당(2017∼2018),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2018·미정) 전시 포스터.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세계는 지금 ‘자코메티 열풍’에 빠져 있다. 20세기 최고의 조각가, 현대미술의 대변자,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그의 사후 50주년이 된 2016년을 기점으로 각국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어 이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고 있다. 회고 열기가 정점에 달한 가운데 내달 한국에서 자코메티 개인전이 열린다.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내달 21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갖는 것이다.

전시의 시작은 스위스 출신 자코메티가 예술수업을 했던 취리히, 그리고 작가의 활동무대였던 제2의 조국 프랑스의 파리다. 파리 피카소미술관과 취리히 쿤스트하우스에서 2016년 말 약속이나 한 듯 출발했던 전시는 점점 규모가 커졌다.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2016)에 이어 올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 일본 도쿄 국립신미술관을 거쳤다. 내년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자코메티전을 연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전시 행렬의 한가운데에 한국전이 있는 것이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20일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한 작가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태정 서울대 조각과 교수는 “인간 형상을 한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집요하게 모색한 작가에 대한 인류의 헌사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전시마다 특징은 있다. 피카소미술관은 자코메티와 입체파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특별한 우정을 기려 ‘피카소-자코메티’전을 개최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과 상하이 유즈미술관 전시는 대규모 전시장 규모에 맞게 물량 공세가 대단했다.

자코메티 재단과 함께하는 한국전은 엄선된 걸작 위주로 차별화를 꾀한다. 무엇보다 전성기인 1960년 이후 명작들이 빠짐없이 건너온다. 아내와 함께 병상을 지켰던 마지막 모델 ‘캐롤린 흉상’(1961), 일본인 친구 ‘야나이하라 흉상’(1961), 아내 ‘아네트 흉상’(1962), 작업 동반자인 남동생 ‘디에고 흉상’(1962), 유작이 된 ‘로타르 좌상’(1965∼66) 등 말년의 최고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호사다. 이들 모델은 자코메티가 가장 아낀 사람들로 작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창이기도 하다. 자코메티의 상징인 불후의 명작 ‘걸어가는 사람’(1960)은 아시아 최초로 석고 원본으로 온다. 워낙 귀해 외부 나들이는 이번이 세 번째다.

상하이 유즈미술관의 창립자 슈퍼컬렉터 부디 텍은 ‘걸어가는 사람’에 대해 “역경에 맞서 미지의 영역으로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곳에서도 브론즈(청동상)로만 전시됐다. 한국전에선 석고 원본 1점만 전시하는 공간인 ‘묵상의 방’에서 ‘걸어가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은 “국민일보가 재도약하는 30주년에 맞춰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며 “‘걸어가는 사람’의 당당함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언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