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만원인 경조사비 상한액 5만원으로 내렸으면

입력 2017-11-20 18:07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일부 내용을 고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정부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이른바 ‘3·5·10’ 규정을 수정하기 위해 막바지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당·정·청 공식 논의를 거쳐 이달 말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가 최종 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 1년2개월째인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꿨다. 관행처럼 행해지던 접대나 금품 및 선물 수수 등에 제동이 걸리면서 부정부패의 여지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김영란법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법의 취지와 효과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축산농가와 어업인들이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부는 현재 5만원인 농축수산물 선물비를 1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선물의 주종을 차지하는 이 품목의 경우 5만원 한도에 묶여 농축어민들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논란이 많았다. 목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수단이 정당화될 수 없듯 이 법으로 인해 특정 업종 종사자가 피해를 당해서는 곤란하다. 현실성에 맞게 가액 기준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10만원인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할 만하다. 경조사비 상한선 10만원이 표준 경조사비가 됐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기회를 틈타 다른 규정들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유관 부처나 관련 단체의 여론몰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부분은 개선하되 김영란법의 의미를 결코 훼손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설혹 내용을 개정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저런 형편을 모두 감안하면 당초의 법 정신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