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모은 ‘사랑의 저금통’… 청각장애 아기에게 ‘희망의 소리’

입력 2017-11-21 00:01
산성교회 유치부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이 교회에서 불우이웃 돕기 ‘사랑의 저금통’을 한자리에 모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산성교회 유치부 제공

‘서연이가 책 읽고 착한 행동을 해서 동전 한 개 한 개 모은 돈이에요. 소중하게 모은 돈이니 좋은 일에 써 주세요. 선생님, 칭찬 부탁드려요.♡서연 엄마 드림.’

서울 서초구 산성교회 유치부를 맡고 있는 송해선(60·여) 권사는 지난 16일 노트북을 켜서 40만1700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했다. 아직 한 살이 안 된 주환(가명)이 어머니에게 보낸 것이다. 주환이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다.

교회 유치부는 지난 9월부터 돈을 모았다. 교사들이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을 아이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교사들은 부모들에게 6주간 불우이웃 성금 모금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안내문을 문자로 발송했다. “아이가 매일 착한 일을 하면 용돈을 주고 저금통에 저금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한테도 저금통에 돈을 모아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자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사랑의 저금통’ 수십개를 어린이들에게 나눠줬다.

처음엔 학부모들 문의가 빗발쳤다. ‘어떤 이웃에게 성금을 전달할 거냐’ ‘용돈을 어떻게 줘야 하느냐’ ‘아무 계획 없이 아이들한테 돈을 주면, 착한 일을 돈 버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다’…. 걱정이 이어졌지만, 교사들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설명하자 모두 동참했다.

그렇게 어린이들의 저금통에는 동전이 차곡차곡 모였다. 엄마 아빠 어깨 안마해주기, 어린 동생 돌봐주기, 게임 조금만 하고 책 읽기, 성경 읽기….

이로운(5)양 어머니는 유치부 교사에게 “너무 귀한 일을 계획하셨네요. 로운이에게 잘 설명할게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전이준(6)군 어머니는 “좋은 뜻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함께하길 기도할게요. 항상 감사드려요”라고 문자를 했다.

그렇게 24만6010원이 모였다. 송 권사와 14명의 유치부 교사들이 모은 돈 15만5690원도 보탰다. 송 권사는 서초구청에 이 돈을 기증할 어려운 아동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12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주환이가 선정됐다. 큰돈은 아니지만, ‘조무래기’들의 코 묻은 동전엔 해맑은 동심과 선행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 위로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배어 있었다.

이 교회 최영환 목사는 “아이들을 정말 너무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며 “늘 섬김을 배우고 실천하는 큰 일꾼이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