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몇 명 희망합니까’보다 ‘자녀를 몇 명 키울 능력이 있습니까’가 더 현실적인 질문일 것이다. 자녀 양육이 가장 힘든 곳이 우리나라 아닌가 싶다. 그 근거로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모들 대부분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혼 청년층마저 다가올 양육 부담을 두려워하고 있다. 양육 부담으로 우리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구절벽을 우려해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은 지금 겪고 있는 양육 부담이 너무 고통스러워 국가 차원의 미래 위기까지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희망 자녀수를 줄여서라도 양육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개인의 바람과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정부의 목표 간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구체적으로 자녀양육의 고비용 사회구조를 개혁하고,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조성하고, 육아인프라를 구축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노력을 해 왔다. 이와 같은 거시적인 접근과 더불어 각종 수당과 서비스를 가정에 직접 지원하는 노력도 병행해 왔다.
선진국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양육지원제도는 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OECD 국가 대부분은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있다. 수당액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월 10만∼20만원대다. 이런 액수라면 아동수당만으로 양육 부담을 덜기에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보육서비스, 육아휴직 등이 충분히 지원되고 있다면 아동수당은 정책 간 최적배합을 가능케 해 시너지효과를 높일 것이다.
실제로 자녀 양육에는 육아용품, 학용품, 예·체능활동 등 다양한 지출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정형적인 지출 욕구는 공적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양육지원의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아동수당은 그러한 빈틈들을 메워줌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양육지원을 가능케 할 것이다. 특히 아동수당이 일정 기간 매월 제공된다는 점에서 부모는 아동의 성장발달을 위해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당 지급방법은 국가마다 다르다. 대상 아동의 상한연령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15∼18세 사이에 있다. 자녀수에 따라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국가들과 자녀수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급하는 국가들이 있다. 가구소득에 따라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국가들과 모든 가정에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국가들도 있다. 일부 국가는 일정 소득 이상인 가구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현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원칙이 고려돼야 한다. 첫 번째로 보편성이 전제돼야 한다. 아동수당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자녀 양육이 일정 수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기초적인 자녀양육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동수당은 부모의 소득수준이나 경제활동 상태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지급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충분성이 보장돼야 한다. 아동수당의 충분성은 다른 양육지원 방법과 연계해 측정돼야 한다. 예를 든다면 다른 지원방법들이 종류와 양 그리고 질적 측면에서 충분하지 못하다면 이들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높여주기 위해 수당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 가구소득이 일정하다면 자녀수가 증가할수록 양육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자녀당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자녀수가 많아지면 그 가정은 빈곤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아동의 성장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산순위에 따라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기고-이삼식] 아동수당이 갖는 의의
입력 2017-11-20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