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세에 크게 못 미치는 실질임금 증가

입력 2017-11-19 20:57
한국의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뒤처졌다. 노동수요가 늘어도 임금소득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8월까지 실질임금 성장률이 0.3%에 그쳤다고 19일 밝혔다. 실질임금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임금의 실질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실질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3.1%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크게 밑돈다. 미국(0.7%)이나 유럽 지역(1.2%·상반기 기준)보다 저조하다. 2014∼2016년 한국의 실질임금이 연평균 2.2% 성장했던 것과 견줘도 상당히 낮다.

한국보다 상황이 안 좋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올해 1∼8월 실질임금이 마이너스 증가율(-0.2%)을 기록했다. 일본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1∼2007년 -0.5%, 2011∼2013년 -0.6%, 2014∼2016년 -1.0%로 줄곧 감소세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1997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고 있다. 이 때문에 2013년 이후 노동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로 올라섰다. 고용률도 올해 75.0%로 2000년보다 6.1% 포인트 뛰었다. 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생산성 향상 제약 등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돼도 임금 인상보다 주주 배당, 사내 유보로 이어져 실질임금이 되레 주는 현상이 빚어진다. 일본의 올 2분기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은 59.2%로 26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가계소득이 주춤하면서 민간소비는 부진에 빠졌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이 처한 상황은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 한국에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