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수출·부가가치 창출 효자로 GO∼

입력 2017-11-21 05:02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가 19일 막을 내렸다. 올해 매출 4조원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바라보는 국내 ‘빅2’ 게임업체 넥슨·넷마블게임즈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게임업체가 축제장의 실질적 주인공이었다. LG전자와 네이버 등 전자·플랫폼 업체도 게임시장에 주목했다. 수출과 부가가치 창출에서 ‘효자’로 성장한 게임 산업의 모습이 드러난 자리였다.

올해 지스타는 35개국 676개 기업이 참여하고 전시 부스 2857개가 들어선 역대 최대 규모 행사였다. 넥슨·넷마블·스마일게이트·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총출동했다. 게이밍 노트북을 앞세운 LG전자와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엔비디아 등 제조업체도 참여해 최신 제품을 뽐냈다.

국내 게임업계의 ‘공룡’ 넥슨과 넷마블, 블루홀 등 주요 게임업체는 PC온라인·모바일게임 신작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넥슨은 ‘피파 온라인 4’ 등 PC온라인게임 5종과 모바일게임 ‘오버히트’ 시연대를 마련하고 모바일 신작 3종의 영상을 공개했다. 최근 PC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블루홀은 PC온라인게임 ‘에어’를 처음 공개했다.

모바일 게임 1위 업체 넷마블은 ‘테라M’ 등 모바일게임 4종을 선보였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PC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옮기는 전략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넥슨·넷마블과 함께 국내 게임 산업 ‘빅3’를 담당하는 엔씨소프트는 당장 시연할 수 있는 신작 게임이 없다며 이번 지스타에서 빠졌다.

LG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도 지스타로 향했다. 정체된 PC시장에서 돌파구로 꼽히는 게이밍PC 관련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게임용 고사양 PC와 초고해상도(4K) 모니터를, 엔비디아는 최신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10 시리즈 등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액토즈소프트·넷마블·넥슨 부스 등에서 스마트폰과 게이밍 모니터 등을 전시했다. 특히 넥슨 부스에 ‘삼성 32인치 커브드 모니터’ 470대를 전시해 간접광고 효과를 노렸다. 대만 ITC 기업 HTC는 가상현실(VR) 체험기기 ‘바이브’를, 레노버는 게이밍 PC 브랜드 ‘리전’ 시리즈와 ‘워크스테이션’ 등 고사양 게임에 최적화한 PC 제품을 내세웠다.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도 가세했다. 네이버는 별도로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아도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네이버 카페 앱 등에서 곧바로 개인방송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러그 라이브’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들을 소개했다. 게임 산업의 주류 매체로 자리 잡은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산업”이라며 “게임 산업이 커지면서 제조업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까지 동반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산업은 ‘미래 신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기대를 모으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산업 규모를 보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를 통칭하는 ‘3N’은 올해 연매출 6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3분기 누적매출은 넥슨 1조8559억원, 넷마블 1조8090억원, 엔씨소프트 1조2254억원이다. 모두 역대 최대치다.

4분기 실적 전망도 좋다. 3N 중 넥슨과 넷마블은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마블은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을 71%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데다 대표작 ‘리니지2 레볼루션’의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도 ‘히트’를 포함한 3∼4개의 모바일게임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엔씨의 경우 주력 게임인 ‘리니지M’ 해외 출시가 본격화되는 4분기 글로벌 성과에 따라 연매출 2조원 달성 여부가 갈린다. 다만 엔씨가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하지 못해도 3N의 합산 연매출은 무난히 6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의 양극화 격차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상위 게임사 20곳 합산 매출 중 3N 점유율이 60%였다. 3N이 크게 성장한 올해는 이 비율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은 수출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게임은 올해 수출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0년 수출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돌파한 이후 17년 만이다. 수출액 5조원을 넘어서면 국내 수출 분야에서 상위 20위권에 오르게 된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10개 게임업체의 수출 실적은 넥슨 1조2400억원, 넷마블 9000억원을 포함해 약 3조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까지 이들 업체들의 연간 수출 규모는 4조7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중소게임 업체 1만4000여개사의 수출 실적을 포함하면 5조원은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 게임이 수출 효자로 우뚝 서게 된 건 세계 게임 시장 트렌드가 PC온라인·비디오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면서다. 한국 게임 산업은 2000년대 초반 국내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세계 게임시장이 PC온라인게임 대신 비디오게임을 더 주목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은 내수 산업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계 게임 산업의 대세가 모바일게임으로 재편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모바일게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국내 게임업체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수백억원씩 투자했고 지난해부터 연이어 신작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리니지M 등 신작 모바일게임 4종을 잇따라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게임 산업은 창업과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는 여러 게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참여했다. 국내 게임 스타트업 전용 부스에 자리잡은 게임 스타트업 36개사는 국내 투자사·게임업체 30여개사와 해외 게임업체 11개사를 만나 시장 가치를 평가받았다. 매년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은 지난 7월 글로벌 게임 선도도시로 거듭나겠다면서 게임 기업과 구직자 간 일자리 연계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약 642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13억원보다 55.3% 늘어난 규모다. 서울시도 같은 달 게임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며 5년간 약 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