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빨간불’… 탈원전·도시재생 등 핵심사업 ‘암초’

입력 2017-11-20 05:02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 조정소위
23일까지 감액 심사 완료 목표지만
6개 상임위, 16개 부처만 1차 완료
증액 심사·추가 합의도 도출해야

野 “삭감된 예산, SOC 예산 복구”

최저임금 지원·건보 보장성 강화 등
‘문재인케어’ 예산 등도 진통 불가피


법정처리시한을 열흘 남짓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야 입장차가 뚜렷한 쟁점 사업 예산 처리가 줄줄이 보류 처리되고 있는 탓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주말도 반납한 채 19일 예산 심사에 전념했지만 기한 내 합의 처리가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예결특위 예산안 조정소위는 이날 ‘일요일 회의’를 열어 예산 감액 논의를 이어갔다. 예결위는 23일까지 감액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삭감 심사가 1차 완료된 곳은 6개 상임위, 총 16개 부처에 불과하다.

예결위 관계자는 “타결된 것보다 ‘보류 항목’들이 훨씬 많다. 삭감 심사가 다 끝나고 보류된 항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결위는 보류 항목만 논의하는 ‘소소위(소위원회보다 작은 단위 모임)’를 구성해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시작되는 증액 심사와 동시에 추가 합의도 도출해야 한다.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문제는 심사 과정에서 보류된 항목 상당수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정리를 거쳐 선별된 문재인정부 핵심사업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뉴딜, 탈원전 등 대선공약 및 새 정부 정체성과 직결된 사업 예산이 여야 줄다리기 끝에 심사 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경우 여야는 감액 심사에서 해당 사안을 통째로 보류했다. 추후 기일을 잡아 관련 사업을 일괄 상정·심사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낙후된 지역 정비와 지역 건설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야당은 도시재생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서울 지역 역차별 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소외 현상) 해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도 난제다.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다변화를 추진하는 정부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 입장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련 혁신성장 사업, 창업 지원 예산 등도 대부분 보류됐다.

정작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 증원 문제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야권은 공무원 증원 예산의 대폭 삭감, 삭감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복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정부안 원안 통과를 목표하고 있다. 앞서 열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공무원 증원에 따른 향후 30년 추계자료를 놓고 한바탕 진통을 겪은 터라 전망은 더욱 어둡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케어’ 예산 등도 추가 진통이 불가피하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각종 수당과 연금 인상은 예산 집행 근거인 세출 법안 통과 역시 필수적이다. 여당으로선 예결위와 해당 상임위 양쪽에서 모두 시달리는 모양새다.

예결위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관련 예산은 다 보류 항목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보류 건수가 많아질수록 제한된 시간 내 재검토할 내용이 많아져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