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음성인식 산업에서 업체 간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고 있다. LG전자는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는 식이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시장에서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해 이용자를 우선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 출시한 자사 AI 스피커 ‘씽큐 허브’에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전까지 씽큐 허브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AI 플랫폼을 이용했다. 자체 플랫폼은 집안 가전제품 상태를 확인해서 알려주고 동작을 제어하는 등 가전 모니터링 기능은 뛰어났지만 음악과 생활정보 검색 기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씽큐 허브는 클로바와 협업하면서 음악, 교통·지역·생활정보, 번역, 뉴스, 팟캐스트 등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도 지난달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자사 AI 스피커에 음식배달 기능을 더했다.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 신주를 350억원어치 인수하며 배달의민족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했다. 네이버 AI 스피커의 ‘킬러콘텐츠’로 음식배달 기능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카카오와 협력해 AI 음성인식 서비스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양사는 삼성전자의 AI 플랫폼 ‘빅스비’와 카카오의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의 장점을 살린 결과물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AI 음성인식 합종연횡’을 이 분야 초기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봤다. 카카오 관계자는 “업체 간 협업을 통해 플랫폼기업은 플랫폼 기술 개발, 제조기업은 하드웨어 생산에 힘을 쏟을 수 있다”며 “일단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 확보”라며 “당장 다른 업체와 손을 잡아서라도 이용자를 끌어 모아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도 연내 자체 AI 스피커를 출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AI 스피커에도 외부 AI 플랫폼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도 네이버의 클로바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사의 첫 AI 스피커 ‘홈팟’ 출시를 연말에서 내년 초로 연기했다. 애플은 17일 “홈팟이 고객에게 다가가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 초 미국 영국 호주에서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업계 ‘살아남기 합종연횡’
입력 2017-11-19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