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17 삶의 질’ 보고서는 팍팍한 한국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29위였다. 2014년 25위, 2015년 27위, 지난해 28위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우리보다 삶의 질이 낮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터키 그리스 브라질 러시아 등에 불과했다. 경제규모는 세계 12위로 커졌지만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지탱해가는 한국인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11개 영역별로 보면 공동체 부문은 38위로 꼴찌였고 일과 삶의 균형(35위), 삶의 만족(30위) 등이 하위권이었다. 청년층 실업률도 OECD 평균보다 3배가량 높았다. 주거는 6위였지만 가계지출 대부분이 주거에 집중돼 나타난 허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워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내놓은 서울 집값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주택 중위가격(중간에 있는 주택 매매가격)은 4억3485만원으로 일본 도쿄의 3억1135만원보다 높고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과 비슷했다. 그나마 연평균 4728만원을 버는 중산층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9.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이 가격의 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내집 마련이 얼마나 요원한 꿈이 돼 가는지를 보여준다. ‘N포세대’니 ‘헬조선’이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장탄식이 청년들 입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의 실상이 참담하고 미안할 뿐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가계소득을 늘려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했다. 가계지갑을 채워주려면 임금을 높여 주거나 주거비·교육비·생활비 등의 비용을 낮춰줘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일자리를 줄이는 게 그 방증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기업들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중산층의 숨통을 죄고 있는 주거·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도 시급하다.
[사설] 계속 나빠지는 한국인 삶의 질
입력 2017-11-19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