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안 제안·심사·결정에 국민도 참여한다… 내년 ‘국민참여예산제도’ 도입

입력 2017-11-19 18:44 수정 2017-11-19 23:23

국회나 정부가 아닌 국민이 주도하는 ‘나라살림 꾸리기’가 본격화된다. 당장 내년부터 최소 700건 이상의 국민 제안 예산사업을 모집한다. 사업 심사와 결정도 정부가 아닌 ‘국민참여단’이 맡는다. 심사를 마친 사업은 2019년도 예산안에 반영된다. 국민의 역할이 수혜자에서 결정자로 바뀌는 것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민이 예산사업 제안은 물론 심사, 결정 등 예산 편성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 단위에서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정부는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인 만큼 성과 평가지표를 새로 만들었다. 첫해에는 700건 이상의 국민 제안 예산사업을 모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 수치는 기재부가 매년 주최하는 ‘나라살림 아이디어 공모전’의 공모 건수를 바탕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5월 실시한 공모전에서 4주 동안 656건의 아이디어가 모집됐었다.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국민 제안 예산사업을 모집할 방침이다. 기존 나라살림 아이디어 공모전 외에 상시적으로 예산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이 제안한 예산사업을 심사하고 예산에 반영할지를 결정하는 과정도 국민이 맡는다. 그만큼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는 국민 제안 예산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6개 사업(예산 422억원)은 국민 제안 예산사업으로 분류된다. 저소득 1인 여성가구에 주택을 싸게 지원하는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사업’ 등이다. 다만 이 예산사업은 제안 단계에서만 국민이 참여했다. 심사와 결정은 기재부에서 담당했다.

내년부터는 국민참여단이 심사와 결정을 모두 전담한다. 기재부는 내년에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는 데 들어갈 예산으로 23억4800만원을 책정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500명 정도의 국민참여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