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發) 사정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입법전쟁이 시작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공수처 관련 법안 4건을 심사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범계·이용주, 노회찬, 양승조, 오신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상정돼 있다. 관련 부처인 법무부도 입법은 하지 않았지만 55명 규모의 공수처 자체 안을 발표하고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방침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수처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기치로 한 검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고 여야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어 난항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빠른 공수처 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자체를 반대했고 국민의당·바른정당도 각론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금 있는 검찰도 충견처럼 부리고 있는데 더 사납고 말 잘 듣는 맹견 한 마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의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여기는 야권은 그간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공수처를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반면 여당은 검찰의 사정 드라이브로 국정운영에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해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문제를 검찰개혁이라는 본질보다는 당리당략만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40%가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돼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공수처 설치 없이도 독립적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권력 핵심과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의 검찰개혁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공수처 설치는 과거 몇 차례 시도됐다. 그러나 검찰을 활용해 야당을 탄압하려는 집권 세력과 이를 교묘히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전철을 다시는 밟아서는 안 된다.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라고 공격하는 야당으로서는 더욱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이치에 맞는다. 여권도 행여 검찰 수사가 국정운영 장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개혁에 주춤한다면 큰 오산이다. 공수처 지지 여론은 꾸준히 80%를 웃돌고 있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에 발목이 잡힌 정치권이 검찰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공수처 설치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올해 안에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킨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공수처 신설은 국민적 요구이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사설] 몰아치는 검찰 수사에도 공수처 논의 주저함 없어야 한다
입력 2017-11-19 17:40 수정 2017-11-19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