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과 연주하게 된 것이 너무도 기쁘다.” 세계 최상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 사이먼 래틀(62)은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처음 협연자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23)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를린 필은 이날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1984년 처음 내한한 베를린 필의 여섯 번째 방문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2015년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협연,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56)의 신작 연주 등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래틀도 기자회견에서 “이토록 훌륭한 한국인 음악가들과 함께 앉게 돼 매우 즐겁다”고 했다.
래틀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이 조성진을 추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성진과 지메르만에 대해 “고요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는 음악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들”이라고 했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에 대해 “리허설 당시 ‘내가 DVD를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었다. 래틀이 음악 만드는 걸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코로스 코르돈’의 작곡가 진은숙에 대해 래틀은 “다양한 보석이 담겨있는 보석함 같은 작곡가”라고 극찬했다. 그는 “그의 음악엔 많은 소리와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나는 직선적인 그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한다. (현대 작곡의 거장) 죄르지 리게티의 세계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진은숙이 그 이상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진은숙은 “1984년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이 처음 내한했을 때 표를 구하지 못해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아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30여년 만에 내가 작곡한 곡을 베를린 필이 연주한다는 게 감격적”이라고 했다.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끌어온 래틀은 내년 이 악단을 떠나 런던심포니(LSO)로 자리를 옮긴다. 래틀은 베를린 필과의 이별에 대해 “오케스트라가 새 항해를 떠나는 것이 설레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동안 베를린 필은 모든 공연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콘서트홀’을 구축하는 등 클래식을 대중화시키고 레퍼토리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를린 필은 이날 조성진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협연에 이어 20일 진은숙의 ‘코로스 코르돈’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 등을 연주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래틀 “위대한 건반의 시인 조성진과 연주 기뻐”
입력 2017-11-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