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팀 등이 진앙지 인근 1∼2㎞서 확인
추수 마친 마른논 곳곳
흥건히 젖고 모래 솟구쳐
가라앉은 지반이
아파트 기울였을 수도
오랫동안 퇴적물 쌓인
부산·김해·울산서도 액상화 일어날 가능성
포항 지진 진앙지 인근에서 땅이 늪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진 이후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팀과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팀은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인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인근을 점검한 결과 주변 1∼2㎞에서 액상화 현상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경 교수는 “진앙지 부근 곳곳에서 액상화가 나타난다”며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올라온 때문인데, 그만큼 지반이 가라앉아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이 기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흥해읍 대성리의 아파트가 기울어진 이유도 액상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포항 지진 이후 흥해읍 일대에서는 추수를 마친 마른논이 다시 물을 댄 것처럼 흥건히 젖거나 땅밑에서 물이 올라오고 모래가 솟구쳐 작은 화산 모양으로 쌓이는 현상이 목격됐다. 전형적인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 현상은 지진으로 지하수가 솟구치면서 모래·점토층과 뒤섞인 흙탕물이 지면 밖으로 분출되는 현상이다.
손 교수는 “포항은 한반도 남쪽에서 연약지반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라며 “연약지반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돼 단단했던 땅이 순간적으로 물 같은 성질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멕시코에서는 진앙지에서 123㎞ 떨어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도 370여명이 사망했다. 호수였던 멕시코시티의 지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액상화 현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을 비롯해 부산 김해 울산 등 경상도 해안가 일대는 수만년 동안 하천의 범람으로 퇴적물이 쌓여 땅이 형성됐다.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연약지반이다. 손 교수는 “해외에서는 연약지반을 조사해 액상화가능지수(LPI)를 산출하기도 한다”며 “국내에서도 모든 연약지반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최일영 기자
포항 지진 진앙지 인근 땅이 늪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 국내 첫 발견
입력 2017-11-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