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달콤한 노래’(아르테)로 2016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로코 출신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36·사진)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달콤한 노래’의 첫 문장은 ‘아기가 죽었다’다. 천사 같던 보모 루이즈가 어린 아이 둘을 살해한 현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작가는 “(육아를 둘러싼) 공포의 보편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보모와 아이의 애착,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감정, 아이와 엄마의 관계까지 모든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인권 문제에 대한 글을 줄곧 써온 슬리마니는 이 소설에서 ‘워킹맘’과 ‘모성애’를 다룬다.
슬리마니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보모가 자신이 돌보던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달콤한 노래’는 이 사건의 무대를 프랑스로 옮겨온 작품이다. 일하는 엄마, 연약한 아이들, 외로운 보모 3자간의 심리 스릴러다. 극중 엄마인 미리암이 보모를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를 찾는 대목.
“그녀는 아이를 내준다는 생각을 하면 공포를 느낄 정도면서도 마치 구세주를 기다리듯 보모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중적 감정이다. 변호사인 미리암은 일을 하기 위해 루이즈를 고용한다. 루이즈는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고 미리암은 대만족한다. 하지만 쾌적한 미리암의 집에서 가난한 루이즈는 박탈감을 느낀다. 소설은 루이즈의 범죄 동기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루이즈의 소외감을 밀도 있게 그려나간다. 빈곤층의 일상, 루이즈가 받는 모멸감…. “몸속에서 증오가 솟아오른다. 증오는 그녀에게로 와서 노예근성과 어린아이 같은 낙관을 저지한다. 절대 가질 권리가 없는 내밀한 삶을 너무 많이 보았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녀는 한 번도 자기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루이즈가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다.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점점 증폭된다.
슬리마니는 “주인공 미리암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세대의 여성”이라며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 경력을 쌓으면서 개인의 삶도 꾸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달콤한 노래’는 프랑스에서만 35만부가 팔렸다. 슬리마니는 ‘슬픔이여, 안녕’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을 잇는 문학 스타로 부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보모에 아이 맡긴 엄마의 공포… 그래도 보모가 필요한 워킹맘
입력 2017-11-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