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에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하고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
軍, 다양한 루트 있다지만
北이 묵살하면 속수무책
결국 성명이나 확성기뿐…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쫓다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응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윈회는 귀순 병사를 쫓던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넘었는지, MDL 남측 밤나무에 박힌 탄환이 추격조가 쏜 것인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안 모두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된다. 하지만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북측에 항의할 채널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북한 측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기는커녕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한 채 사건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17일 “정전협정 위반 사안이 확인될 경우 북한에 항의통지문을 보내거나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장성급 회담을 통해 항의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1999년, 2002년 서해에서 각각 발생한 제1, 제2 연평해전 이후 북한군과의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정전협정 위반을 강력하게 항의했다. 2015년 8월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이후 북한에 항의 전화통지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항의 채널’ 자체가 전무한 상태다.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8년 넘게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반발해 판문점 통신 채널을 폐쇄했다. 앞서 유엔사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북한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2∼3m 넘었다가 되레 당황해하며 돌아간 점 등 고의성을 부인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남북 간 핫라인도 폐쇄된 상태다.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에서 전화와 팩스로 운영되던 군 통신선뿐 아니라 남북 함대사령부 간 채널도 차단돼 있다. 또 판문점 지역 적십자, 통일부 등을 통한 연락 채널이 끊겨 있다. 정부는 2014년 10월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을 통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 책임을 강조하며 남북 간 군 직통전화 개설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유엔사 군정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거나 대북 확성기로 북측에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군이 정전협정 위반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나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당시에도 자신들의 소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北 추격조 MDL침범, 허공에 항의할 판…
입력 2017-11-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