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입력 2017-11-17 18:53 수정 2017-11-17 20:58

원·달러 환율이 나흘 만에 20원 이상 급락, 1097.5원까지 떨어졌다. 달러랑 1100원 밑으로 하락 마감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우리나라 원화로 표시하는 달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굳건한 성장세를 반영한다. 다만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환 당국은 “급격한 하락 쏠림이 부적절하다”는 구두 개입을 내놓은 뒤 오후부터 미세 조정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9원 하락한 1097.5원으로 마감했다. 오전 한때 환율은 1093.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9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후 들어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나오며 하락폭을 낮춰 결국 1090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장을 마쳤다.

원화 초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의 배경은 세 가지다. 우선 원화 자산이 재평가되고 있다. 기대보다 높았던 3분기 성장률, 한·캐나다 한·중 통화스와프에 따른 원화의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핵 리스크가 잠잠해지며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매매는 대북 폭격설이 나돌던 7∼8월 순유출로 돌아섰다가 9월 들어 안정을 찾은 뒤 10월 이후 유입세가 커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까지 합쳐져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일 이어진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율 하락폭과 속도가 신흥국 등 다른 수출 경쟁국에 비해 빨라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다. 한은 관계자는 “이 정도의 단기적 하락은 중소 수출기업도 기본으로 고려하는 환 위험 피하기(헤지)로 커버 가능하다”며 “단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원화 강세를 예측하는 분석이 더 많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12월 한·중 정상회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등으로 원화 강세 요인이 많다”며 “향후 연속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저점을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4.37포인트 떨어진 775.85로 장을 마쳤다. 8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코스피는 0.80 포인트 떨어진 2533.99로 마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