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벽면 균열·마감재 탈락… 안전엔 큰 문제 없는 듯

입력 2017-11-18 05:05
합동점검팀이 17일 오후 지진 피해를 입은 수능고사장인 경북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 교실을 방문, 벽면 마감재 일부를 망치로 걷어내고 구조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최일영 기자

민간 전문가 합동, 포항지역 학교 안전점검 르포

진앙지와 가까운 포항고
벽 · 천장 구조물 건드리자
마감재 조각 우수수 떨어져
포항여고 건물 외벽 무너져

철근탐사기까지 동원
기둥 속 이상 유무도 살펴

수능 예비소집 22일 재실시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북 포항 지진 발생 3일째인 17일 오후 2시쯤 포항 북구 학산동 포항고등학교에 정부 연구기관 관계자와 교육당국 직원,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점검팀 10여명이 찾아와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들은 합동조사단 6개 팀 중 하나로 이날 수능고사장을 집중 점검했다. 수능고사장으로 정해졌던 포항고는 지진 진앙지와 가까워 다른 학교들보다 피해가 컸던 곳이다.

점검팀은 학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본관 건물부터 둘러봤다. 건물 도면을 받은 점검팀은 2·3층 교실을 둘러봤다. 학교 관계자가 가려놓았던 종이를 뜯어내자 마감재가 떨어져 콘크리트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벽면이 나왔다. 조사팀은 이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했다. 한 팀원이 작은 망치로 벽과 천장 경계 구조물 부분을 치자 벽면 마감재 조각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교실을 둘러본 점검팀은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연구기관 관계자는 “떨어져 나간 곳은 마감재 부분으로 구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같이 살펴보던 대학 교수 역시 “구조는 문제가 없다”고 동의했다.

본관을 둘러본 점검팀은 건물 뒤편 후관으로 이동했다. 학교 관계자는 “본관보다 후관이 더 피해가 컸다”며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후관 1층과 3층 교실을 본 점검팀은 본관 때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감재와 천장의 석고보드 등이 더 파손돼 피해가 훨씬 큰 것처럼 보이지만 본관처럼 구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강당은 벽돌을 붙인 외부 벽면에 큰 금이 가 있고 강당 내부 벽면 역시 금이 가 있어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점검팀은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당을 불러본 한 교수는 “학교 건물과 같은 상황”이라며 “마감재가 떨어졌거나 구조에 영향이 없는 벽면에 금이 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점검팀은 30분 정도 학교를 둘러보고 인근 포항여고로 이동했다.

포항여고 점검은 건물 외벽 일부가 무너지는 등 비교적 피해가 컸던 후동 쪽에 집중됐다. 점검팀은 콘크리트 일부를 망치로 걷어내고 구조물 상태를 확인했다. 철근탐사기를 동원해 기둥 속 철근에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봤다.

점검팀을 지휘한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은 “수험생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확인하러 나왔다”며 “기둥과 보 사이에 문제가 생기거나 철근이 부족한 경우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조사단은 6개 팀으로 나눠 포항지역 초·중·고교와 공공도서관 등 30여개 학교와 교육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다. 합동조사단은 앞서 전날에도 포항지역 학교시설에 대한 긴급 안점점검을 실시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합동조사단 등은 이날 학교 점검 결과를 토대로 회의를 열어 수능고사장으로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까지 진행된 포항지역 교육시설에 대한 지진 피해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능고사장 14곳 중 9곳은 피해가 경미했고, 나머지 5곳은 재점검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수능고사장을 제외한 학교 113곳 중에 79곳은 사용 가능(경미한 피해) 진단을 받았다. 31곳은 여진 발생 시 피해가 우려돼 18일까지 재점검하고, 3곳은 학교 건물의 주요 부분이 파손돼 사용을 제한키로 했다.

포항지역 유·초·중등, 특수학교 242곳 중 217곳(89.7%)은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다음 주부터 정상 운영키로 했다. 학사 운영이 곤란한 학교 가운데 24곳은 학교가 자체 판단해 임시휴업 여부를 결정하고, 나머지 1곳은 안전진단 결과를 보고 결정키로 했다.

수능 예비소집은 시험 전날인 22일 다시 실시된다. 수험생들은 원칙적으로 이미 배정받은 고사장(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만,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장(교실)은 바뀐다. 포항지역 고사장은 교육당국이 18일 또는 19일까지 안전점검을 진행한 뒤 21일까지 변경 여부와 새 고사장을 수험생에게 통보한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수능시험 연기 고충처리센터’를 대입 전형이 종료되는 내년 2월 28일까지 운영키로 했다.

포항=최일영 이택현 기자, 이도경 기자 mc102@kmib.co.kr, 사진=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