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 의결권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급증

입력 2017-11-17 18:54 수정 2017-11-17 20:59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주주 친화 정책을 강조한 문재인정부 들어 기관들이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메리츠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Dalton Investments LLC, 제브라투자자문 등 4곳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회사가 9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증세다. 여기에다 이날 신한금융그룹은 자산운용사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내 도입하고 계열 전체로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그룹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기로 한 건 지난 9월 KB금융그룹에 이어 두 번째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가 급물살을 타는 배경엔 국민연금의 참여 기정사실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이 다음달 20일에 마무리되면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고려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이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지은 것으로 안다. 연구도 도입을 전제로 이행 기준이나 프로세스 등 세부시행 방안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기업의 눈치를 보던 다른 기업투자가들도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기 수월해진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가 활성화된 일본도 초창기엔 도입이 지지부진하다가 일본의 공적연금인 GPIF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자 자산운용 업계부터 뒤따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강화될지는 의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독 금융회사들은 몰라도 대기업 계열에 속한 금융회사들은 계열과 연관된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과 소유 관계 등에서 독립적인 기관투자가들은 규모가 미미해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