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중수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경주 월성 원전이 중수로 원전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17일 “현재 우리나라 원전 24기 가운데 중수로 원전은 월성 1∼4호기”라며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안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원전보다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월성 1∼4호기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도 유일하게 수동 정지됐었다. 실제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와는 전혀 다른 모형이기 때문에 안전점검 시스템이 전혀 다르며 압력관이 380개나 설치돼 있어 지진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중수로는 냉각수로 중수를 쓰는데 중수의 경우 삼중수소 유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미 조기 폐쇄를 약속한 월성 1호기 외에 나머지 중수로 원전인 월성 2∼4호기도 수명에 상관없이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탈핵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노후 원전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내진성능 보강과 내진설계 기준 상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따라 25년 이상 장기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투자를 확대하고 모든 원전에 대해 규모 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년 6월까지 내진성능 보강을 조속히 완료할 방침이다. 현재 25년 이상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고리 2·3·4호기와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7기다.
하지만 노후 원전을 포함한 24기의 원전이 규모 7.0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작업이 정부의 목표대로 내년 6월까지 완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또 9·12 경주 지진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해 내진보강 조치 등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최수영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규모 7.0을 기준으로 원전의 내진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단지에서 올해 6월 영구 가동 중단에 들어간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3호기 6기다. 이 가운데 신고리 3호기만 지진 규모 7.0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성능이 설계됐고 나머지는 내진 기준이 지진 규모 6.5에 맞춰져 있다. 만약 경주·포항 지진 규모에 비해 0.7∼1.1 이상 큰 지진이 발생하면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월성 중수로 원전이 더 위험하다
입력 2017-11-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