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한국시간) 페루 리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뉴질랜드의 2018 러시아월드컵 대륙 간 플레이오프 2차전. 전반 27분 페루의 헤페르손 파르판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지진 감지 애플리케이션인 ‘시스모 데텍토르’가 리마에 지진이 관측됐다는 알림을 보냈다. 시스모 데텍토르는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로 감지된 진동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이다. 하지만 페루 지진관측기관에 따르면 이 시간에 발생한 자연 지진은 없었다. 골이 들어간 순간 페루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자 앱이 이를 지진 진동으로 잘못 인식한 것이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한 페루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페루 축구 팬들은 경기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며 국기를 흔들고 불꽃놀이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경기 직후 트위터에 “우리에게 이런 기쁨을 선사해준 전사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등 공공부문 근로자들은 뜻밖의 휴일을 즐기게 됐다. 또 학교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반면 뉴질랜드는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통산 3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렸던 뉴질랜드는 자국 선수들의 숙소 위로 전투기가 고의로 날아다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며 페루 국방부 장관에게 유감을 표했다. 또 페루 축구 팬들이 경기 당일 아침 숙소 주위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선수들을 긴장시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태현 기자
페루, 36년 만의 월드컵에 ‘지진 앱’ 오작동
입력 2017-11-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