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연복] 미식 시대와 축산물이력제

입력 2017-11-17 18:19

‘미식’이란 좋은 음식 혹은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또한 음식에 대해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미식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미식(Gastronomy)의 어원을 보면 고대 그리스어 Gaster(Stomach·위)와 Nomos(Knowledge or Law·지식 또는 법)의 합성어로 ‘위에 관한 법칙’ 쯤으로 해석된다. 이 어원에서 볼 때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요리나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현대 미식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

현대 미식은 요리의 재료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지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지고 있다. 음식 자체보다는 무엇으로 이 음식을 만들었느냐 하는, 즉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이다. 이처럼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의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적 관점에서 미식의 의미가 되고 있다. 이들은 식재료 획득 과정이 안전한지 공정한지 살피고, 가공과 유통 과정이 위생적이고 합리적인지를 따진다. 결국 안전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현대 미식의 기본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맛은 물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는 미식의 시대에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육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한국 축산업계는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 특히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국내산 소·돼지의 출생, 사육,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축산물이력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육류 안심 소비를 돕고 있다.

축산물이력제는 축산물의 체계적인 이력 관리를 통해 유통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원산지 허위 표시나 둔갑 판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축산물의 위생, 안전 관련 문제 발생 시에도 원인을 신속히 찾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일부 축산물의 문제 발생 시 축산물이력제로 신속한 조치를 취해 전체 축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게 하고, 이는 축산물 생산자적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송아지, 새끼돼지의 출생과 동시에 관리가 시작되는 축산물이력제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정보가 함께 관리돼 국내산 축산물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더 건강하고 고품질의 육류 소비를 가능케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철저히 관리되는 축산물이력제를 통해 더 이상 별다른 고민 없이 축산물이력제의 이력번호 유무만을 확인하고 가까운 시장, 마트 어느 곳에서든 국내산 축산물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잘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가 가치 있게 먹느냐가 중요한 미식의 시대다. 이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나와 우리 가족의 진정한 미식을 위해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이력제와 함께해 보자. 철저한 관리는 물론 신뢰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축산물이력제와 함께 온 국민의 진정한 ‘국민 건강밥상’이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정연복 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관리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