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만기 없는 파격 조건
‘상설 계약’식 체결은 처음
원·달러 환율 연저점 경신
우리나라가 세계 6대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한도와 만기를 따로 정하지 않은 ‘상설 계약(standing agreement)’으로, 한국이 이런 형태의 통화스와프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핵 리스크로 인한 금융 불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한 외환 안전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협약”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 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총재와 양국 통화스와프 협약에 서명했다. 협약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 금융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마치 개인의 마이너스통장처럼 상대국 자금을 끌어와 자국 금융기관에 공급하게 된다. 규모와 만기는 필요할 때마다 협의한다.
김민호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3월부터 정부와 한은이 함께 추진해 왔고, 한국이 먼저 캐나다에 체결을 요청했다”며 “위기 시 외환 부문의 강력한 안전판이 확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사드 배치로 최악이던 한·중 관계 속에서 철저한 물밑 행보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성공했다. 올해 1월에는 말레이시아, 2월에는 호주, 3월엔 인도네시아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도 순조롭게 이뤄냈다.
이번 통화스와프가 특별한 건 캐나다달러가 사실상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6개국은 상호 무기한 무제한 방식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한은은 “우리도 캐나다를 통해 이런 통화스와프 네트워크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에 금융 불안이 오면 캐나다가 백업해준다는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캐나다의 국가신용도가 트리플A(AAA)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캐나다달러의 국제결제 비중이 세계 5위 주요 통화란 점, 캐나다가 다른 기축통화국과 체결한 동일 형태로 한국과 계약한 점도 쾌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선진국인 캐나다가 우리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면서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시 활황과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협약 영향으로 16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0.9원 내린 달러당 1101.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9월 30일 이후 가장 낮다. 환율은 장중 1100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우성규 나성원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韓, 6대 기축통화국 加와 통화스와프… 안전판 강화
입력 2017-11-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