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부서진 ‘필로티 빌라’ 사는 高3 “답답하고 막막”

입력 2017-11-16 18:11 수정 2017-11-17 11:26
16일 경북 포항시 장량동의 한 필로티 구조 건물 기둥이 철근이 드러날 정도로 휘어지고 심하게 파손돼 있다. 포항=최현규 기자

집에 들어갈 수 없어
일단 지인 집서 수능 준비
옆집 高3도 친척집으로

엿가락처럼 휜 필로티 건물
금방 무너져 내릴 듯 위태

62명 중경상 1346명 대피


정부, 특별재난지역 절차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부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16일 경북도와 포항시가 피해 복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진이 이어지는 데다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건물이 많아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파손된 상수도 45곳과 균열된 도로 등에 대해 응급복구를 완료하고 영일만항에 대해서도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공무원과 군 장병이 동원돼 잔해를 치우는 등 위험 건물에 대한 조치도 진행됐다.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4층 이상 건축물 안전진단, 내진 보강공사비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과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경우 피해복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로티 구조 빌라가 밀집한 북구 장성동 곳곳에선 기둥이 무너져내릴 듯 위태로운 건물들이 목격됐다. 필로티 구조 빌라에 사는 고3 수험생 김재준(18·중앙고)군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철골구조물이 찌그러져 지지대로 겨우 건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집에 들어갈 수 없어 김군은 일단 지인의 집에서 1주일간 지내며 수능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군은 “지진 때 학교에 있었는데 SNS 등에 떠돌던 사진으로 집이 파손된 것을 알았다”며 “수능 직전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옆 건물 거주자 김영대(42)씨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무너진 기둥을 살폈다. 김씨는 “수능을 보는 고3 딸이 있는데 불안해서 처형 집에 머물고 있다. 안전진단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시민 62명이 중경상을 입고 1346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했다. 시설물 1630건도 피해를 봤다. 현재 피해액은 69억원 정도지만 영일만항 등의 피해가 집계되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진도 이어졌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10시45분까지 총 49회의 여진이 발생했는데 4.0∼5.0 미만 1회, 3.0∼4.0 미만 3회, 2.0∼3.0 미만 45회다. 이날 오전 9시2분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는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규모 5.8)의 경우 올해 11월 14일까지 192회의 여진(규모 2.0 이상)이 있었다.

정부는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포항시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에 합당한지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중앙대책본부장의 건의를 받아 대통령이 선포하도록 돼 있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국고 보조 외에도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원을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LH공사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수능 응시를 위해 낸 연가를 최대 4일의 공가(公暇)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가는 공무상 판단에 따라 군 당국이 주는 휴가로 연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포항=최일영·이택현 기자

대구=김재산 기자, 권지혜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