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되자… 여행예약 취소 소동, 성형외과도 후폭풍

입력 2017-11-16 18:20 수정 2017-11-16 21:18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오전 경기 수원 수성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수능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여행사, 취소 수수료 면제 방침
성형외과 상담 연기 문의 쇄도

여학생들 생리주기 조절 난감
공연계도 할인 행사 등 미뤄

수능 장병 최대 4일 공가 제공
전교조 연가투쟁 내달로 늦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늦춰지면서 여행을 계획했거나 생리주기를 조절했던 수험생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위해 준비됐던 이벤트도 줄줄이 미뤄졌다.

16일 여행업체에는 예약 취소나 연기를 요청하는 문의가 빗발쳤다. 수능 후 떠나려고 예약했던 여행상품을 미루거나 대학별 논술고사 때문에 잡아둔 숙박을 취소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시 원서접수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2일에 맞춰 부모님과 동남아 여행을 가려고 했던 수험생 이모(18)양은 “이미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모두 예약해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시 접수는 수능과 함께 내년 1월 9일까지로 1주일 연기됐다. 딸이 고3인 제주시의 학부모 이모씨는 “서울지역 대학의 논술시험을 보기 위해 수능 후 바로 서울에 가서 한동안 머물 예정이었는데, 항공권과 숙소 예약해둔 것을 취소하고 다시 표를 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와 여행사들은 수능 연기로 인한 여행·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다수의 항공사는 16∼23일(출발일 기준) 국내선·국제선 전 항공편을 대상으로 수험생과 가족에게는 환불과 교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투어는 수험생과 그 가족의 11월 출발 패키지여행(기획상품) 예약을 수수료 없이 취소·변경해줄 방침이다. 모두투어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수험생과 직계가족의 여행 날짜를 변경해줄 계획이다.

바뀐 수능일에 생리가 시작될까봐 걱정하는 여학생들도 있다. 수험생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수만휘)’에는 생리에 대한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여성 수험생은 “다음 주에 생리가 시작될 수 있어 오늘 여성병원에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수험생도 “(바뀐 수능 날짜 때문에 생리를 미루기 위해) 오늘부터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방금 생리가 시작됐다”며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성형외과에도 문의가 쏟아졌다. 수능 이후 수술을 받으려던 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울 강남구 아이디성형외과병원 관계자는 “아침부터 상담예약을 변경하려는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들은 11월에만 진행할 계획이었던 수험표 할인 이벤트 등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뤄진 면접·논술시험 날짜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가 겹쳐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한 수험생은 “연기된 면접 날짜가 티켓을 예매해둔 방탄소년단 콘서트와 겹친다”며 “면접이 일찍 끝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대상 이벤트는 줄줄이 연기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수험표를 지참한 고객 대상 할인 행사를 기존 16∼19일에서 23∼26일로 변경해 진행한다. 백화점에서 여는 공연이나 입시설명회, 메이크업 강습 등 행사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마트는 초콜릿 등 일부 상품 할인 행사를 1주일 더 진행하기로 했다.

영풍문고는 시험 당일인 23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전국 매장에서 수험생 대상 1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벤트 기간에 수험생이 결제할 때 수험표를 제시하면 할인 혜택(일부 매장 제외)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16일부터 할인 행사를 할 예정이었다.

공연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다음 주 공연하는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수험생 할인을 당초 21일에서 23∼25일로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말들의 집’도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23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17∼23일 티켓을 구매한 수험생에게는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기로 했다.

국방부는 수능을 위해 휴가를 낸 장병들에게 최대 4일의 공가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휴가를 더 연장하도록 각 군에 지침을 시달했다. 공가는 휴가일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을 지지한다”며 24일로 예정했던 연가투쟁을 다음 달로 늦췄다. 조창익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단식농성도 중단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18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연가투쟁을 결의했다.

임주언 강주화 심희정 권준협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