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한 학원 비상체제 돌입
1주일짜리 ‘지진특강’ 등장
학부모들 긴장 풀릴까 우려
대형서점 수험서 품귀현상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어야 하는 16일 수험생들은 갑자기 연기된 시험에 당황하면서도 남은 1주일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가에는 1주일짜리 지진 특강이 등장했다.
이날 오전 대치동 대형학원 앞에서 만난 재수생 안모(19)군은 “어제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자습실 한 반이 180명 정도인데 오늘은 60명 정도 왔다”고 말했다. 독서실 대신 커피전문점을 찾은 신모(18)양은 “지진 때문에 화는 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독서실에 가봤자 집중도 안 될 것 같아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학원 주변의 카페에는 수험서를 펴든 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서울 중구 종로학원에서 만난 소모(19)군도 “당황하긴 했지만 마음 잘 추스르고 남은 기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그동안 틀린 것을 위주로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원 강사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한 강사는 “이미 종강된 상황에서 어제 저녁에 긴급 연락을 받았고 지금부터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며 “아이들이 다시 자습에 정진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입시학원은 질의응답 수업을 무료로 개설하고 동영상 강의도 제공했다. 일부 소규모 학원은 수능 1주일 연기를 이용해 하루에 7만∼9만원의 수강료를 받으며 돈벌이에 나서기도 했다. 대치동의 한 수학전문학원 관계자는 “이과생의 경우 8회 수업에 73만원”이라며 “어제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3 수험생을 둔 고모(44·여)씨는 “1주일이란 시간이 더 생긴 것 같아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지만 어수선한 마음은 그대로”라며 “(아이의) 긴장감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종로학원 옥상에서는 1만권이 넘는 책들 사이로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생들은 전날 버렸던 책을 찾기 위해 널브러진 수험서와 문제집을 뒤지고 다녔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내년에 다시 수능을 치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의미로 수능 전날 책을 버리는 관습이 있다.
전날 수능 연기 발표 3시간 전에 책을 버렸다는 재수생 김모(19)군은 “수능 하루 전날이라 책을 버리고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수능이 밀렸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황당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내거다”를 외치며 환호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김군은 책더미를 한참 뒤지고도 결국 자신의 책을 찾지 못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도 학생들로 북적였다. 10권이 넘는 책을 산 수험생도 있었다. 이모(18)군은 “어제 책을 모두 버려서 책을 사러 오게 됐다”며 “물량이 많지 않아 걱정이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부 수험서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오후가 되면서 재고가 모두 팔렸다”며 “수험서를 긴급확보하기 위해 직배송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허경구 이형민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수능 다시 D-6… 참고서 이미 다 버렸는데 어쩌나
입력 2017-11-16 18:15 수정 2017-11-16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