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눈치보는 예장통합 임원회… ‘목회세습 방지법 유효하다’는 총회헌법위 해석 뒷북 수용

입력 2017-11-17 00:01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 미스바광장에서 지난 14일 열린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에서 장신대 학생 등 500여명이 촛불을 들고 예배드리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 총회 임원회가 ‘목회세습방지법이 유효하다’는 총회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수용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예장통합총회 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 연지동 총회 본부에서 개최한 정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12일 명성교회에서 김하나 목사에 대한 위임식이 치러진 뒤였다. 교단 안팎에서는 총회 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뒷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교단 102회 정기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이 ‘성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를 삭제하고,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총회 헌법위원회의 보고서가 수용된 것을 근거로 김하나 목사의 청빙 절차를 밟아나갔다.

이에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총회헌법위에 세습방지법의 ‘효력 유무’를 질의했고, 헌법위는 같은 달 19일 ‘개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에 따라 개정안을 낼 수 있을 뿐 헌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세습방지법은 현재도 효력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임원회에 보고됐지만 임원회는 명성교회 청빙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야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하나 목사의 청빙안을 다룬 동남노회 제73회 정기노회는 지난달 24일 열렸다. 당시 정기노회 전에 헌법위의 보고를 수용한 총회 임원회의 입장이 전해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임원회가 침묵할 동안 교단 곳곳에서는 총회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달 장로회신학대 평의회 소속 교수 55명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회 사유화를 시도하는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동남노회 결의는 교단 세습금지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교단 소속 목회자를 배출하는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도 성명을 내고 “명성교회는 헌법을 정직하게 준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저녁에는 장신대 총학생회 등이 주관한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가 열렸다. 당초 예상보다 배나 많은 500여명의 학생과 성도들이 촛불을 들고 기도했다. 그간 총회 임원회는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목회자 청빙은 ‘노회의 소관’이라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대형교회 눈치를 보다가 세습이 완료된 뒤 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입장 표명만 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놓고 현재 예장통합 교단 내부에서도 온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만 지난 12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김하나 목사 위임식에서는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림인식 김창인 안영로 목사 등이 축도, 설교, 권면의 순서를 맡았다. 교단 산하 신학교 교수들도 다수 참석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의 선봉에 서 있는 ‘동남노회 비상대책위’ 측은 임원회 보고서 수용을 근거로 조만간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할 예정이다.

글·사진=이사야 이현우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