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자 유족들 “가슴에 묻고 세월호 떠납니다”… 목포신항서 눈물의 회견

입력 2017-11-16 18:26 수정 2017-11-16 18:27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이 1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선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항만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고별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
지지해 주신 국민들을
아프지 않게 하려 결론”
내일 목포신항서 영결식 후
안산에서 3일장 치르기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다섯 명의 이름이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울려퍼졌다.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호소가 울먹거림이 돼 번졌다.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16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겠다”면서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며 저희를 지지해 주신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도 전했다. 이들은 “저희는 떠나지만 이후 선체조사 과정에서라도 (미수습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져서 세월호가 인양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함께 해준 국민의 마음을 알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국민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더불어 자원봉사자와 진도군민, 목포시민 등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는 18일 목포신항에서 합동영결식을 가진 뒤 경기 안산으로 올라가 3일장을 치를 예정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세월호 곁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날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1311일째 되는 날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소식을 전해들은 그날 이후 가족들은 진도체육관의 차디 찬 바닥에서 이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가족은 하나 둘씩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체육관에 있던 이들은 오열했다.

그해 10월 이후 한동안 가족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긴 힘들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명절에도 밥 한술 제대로 뜨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힘을 냈다. 간혹 찾아온 취재진이 눈물을 글썽이면 오히려 “울지 마세요. 괜찮아요”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위로 받을 사람이 남을 위로하면서 위로를 받는 듯 했다.

세월호의 인양이 결정됐고 마침내 1075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목포신항으로 옮겨진 세월호에 대한 본격적인 선체 수색작업이 진행됐고 지난 5∼6월 4명이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5명은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그들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목포=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