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V-리그 출범(2005년)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환골탈태를 선언한 삼성화재는 임도헌 감독과 작별하고 프랜차이즈 스타 신진식 감독(사진)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몰빵 배구(특정인에게 의존하는 배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선택은 삼성화재의 왕조 시절 위력을 발휘했던 ‘조직력 배구’였다. 이를 살리기 위해 비시즌 동안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고 승부수는 적중했다.
삼성화재는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전통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6연승을 질주한 삼성화재는 16일 현재 6승 2패(승점 17)로 KB손해보험(승점 14)을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삼성화재가 가장 달라진 점은 범실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의 범실은 7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8경기를 치른 현재 삼성화재의 범실은 187개로 가장 적다. 삼성화재는 범실을 줄이기 위해 강한 서브를 지양하고 있다. 그래서 세트당 평균 서브 득점은 최하위(1.09개)다. 하지만 대신 다른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팀 공격종합(54.99%)과 오픈공격(50.15%) 퀵오픈(60.22%), 시간차공격(71.43%)에서 모두 1위다. 팀 블로킹(세트당 평균 2.66개)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수비도 탄탄해 8라운드까지 최소 실점(680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우리카드로 떠난 베테랑 세터 유광우의 공백으로 시즌 개막 후 2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새 주전 세터 황동일이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기복이 심했던 황동일은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쌍포’ 타이스(득점 2위)와 박철우(공격 성공률 1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 감독은 “기대한 것보다 성적이 좋다”면서도 “언제 내려올지 모른다. 지금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몰빵’ 버린 삼성화재, 조직력으로 선두 도약
입력 2017-11-16 19:30 수정 2017-11-17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