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국정원장 트리오, 당시 발언 보니…
남재준, 자기관리 철저 공언
국회서 예산 투명 집행 약속
이병기, 차떼기 연루 사과
“다시는 정치관여 않겠다”
이병호 “정치 논란서 탈피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고를 상납한 혐의로 16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은 3명의 전직 국가정보원장은 취임 때에는 하나같이 국정원의 개혁을 부르짖었던 이들이다. 정치개입이 곧 안보를 망친다던 선언도 있었고 예산 지출에 오해가 없게 하겠다던 다짐도 있었다. 한때 불법 정치자금 전달에 가담했던 점을 뉘우친다던 이도 있었는데, 그는 또 다시 검은돈을 만져 법 앞에 섰다.
남재준 전 원장은 평소 본인에게 ‘천연기념물’ ‘생도 3학년’ ‘작은 이순신’ 3가지 별명이 있었다며 자기관리의 철저함을 공언했던 인물이다. 그는 본인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확고히 할 만한 인물이라며 “생명을 내놓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었다. 이런 그는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댓글 정치공작이 드러나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예산의 투명한 집행도 약속했었다. 201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정원 예산이 군 사이버사령부에 지원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민 앞에 투명한 예산 집행을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두 번 다시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 예산 지원 의혹에 대해 “정보기관 간 예산의 중복 사용을 피하기 위해 조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이 의혹은 현재 사실로 드러나 있다.
남 전 원장의 후임인 이병기 전 원장은 한나라당 정치자금 5억원을 이인제 후보 측에 전달했다 2004년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력 때문에 인사검증 문턱을 어렵게 넘었다. 그는 2014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관여, 정치개입에 관해 잊고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과거의 허물을 거듭 사과했다. 그는 이 사과 직후 청와대에 뇌물을 상납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겨서는 국정원의 상납을 받았다.
이병호 전 원장은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국정원장들과 선을 긋고 출발한 이다. 그는 2015년 3월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 스스로도 반복되는 정치 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다”며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했다. 국정원을 ‘국가를 지키는 고귀한 소명의 장’이라고 규정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바치는 폐단은 고쳐지지 않았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취임 땐 하나같이 “국정원 개혁”… 하나같이 지키지 않았다
입력 2017-11-1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