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느슨한 공정위… 허위자료 거르지 못하고 늑장 징계 의뢰

입력 2017-11-16 19:46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자료를 제출한 공정위 출신 변호사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의뢰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변호사를 도와준 공정위 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내부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전원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다음 주 회의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해 과징금을 감경했던 김앤장 소속 A변호사에 대한 징계 의뢰를 확정할 계획이다.

A변호사는 지난해 2월 시멘트 담합 적발로 성신양회가 4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직전 3년간 적자를 이유로 과징금 감경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A변호사가 낸 자료를 근거로 과징금을 50% 감경해줬다. 하지만 이 자료는 허위로 밝혀졌다. 아직 내지도 않은 과징금 부과액을 반영해 적자를 낸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이다. 1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파악한 공정위는 지난 2월 과징금을 깎아준 결정을 취소했다. 다만 이 변호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공정위가 A변호사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김앤장이 오히려 ‘과징금 감경 취소’를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공정위 승리로 끝났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공정위가 징계 의뢰를 해도 변협이 이를 받아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법 등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오히려 허위자료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공정위 잘못이 크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전관 변호사가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데 조언까지 해줬다. 공정위 한 직원은 과징금 감경 신청 당시 A변호사에게 3년간 적자를 기록한 사실을 포함하면 감경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화로 알려줬다. A변호사는 이를 반영해 추가 자료를 제출해 과징금 감경 조처를 받아냈다. 공정위 직원이 전관예우를 해준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직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한 감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