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마다 무네키 소설이 바탕
“원작이 제 ‘인생영화’라고 생각해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출연 결정
아픔과 결핍 많은 사람일수록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밑도 끝도 없이 다 퍼주는 거? 그거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마츠코의 삶을 들여다보면 사랑받고 싶어서 삶이 그렇게 흐트러지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더 많이 주고 떠났어요.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면이 저랑 비슷해요.”
최근 개막한 초연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 역을 맡은 배우 아이비(35)는 자신과 닮은 배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뮤지컬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닌 일본 소설가 야마다 무네키가 쓴 2003년 소설과 2006년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만든 영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보다는 소설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중학교 교사 마츠코가 한순간의 일로 삶이 꼬이면서 극단적 인생을 살지만 열렬히 사랑을 주고, 갈구하는 삶을 살다가 떠나는 이야기다. 마츠코는 마치 미국 시인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따르듯 앞뒤 돌아보지 않고 사랑한다.
올해 데뷔 13년차를 맞은 아이비는 15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츠코가 지닌 결핍을 무척 공감한다고 말했다. “가수와 배우의 삶은 사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빛이 날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랑을 못 받았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에 공감했어요. 마츠코와 연예인은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아요.” 마츠코와 아이비의 다사다난한 삶 그리고 대중의 관심에 울고 웃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정체성이 한데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아이비는 뮤지컬을 고를 때 유독 캐릭터를 중시한다. 뮤지컬 ‘벤허’ ‘아이다’ ‘위키드’ 등에서 줄곧 대극장에 서다 이번에는 중극장에 서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극장의 크기와 페이는 전혀 상관없어요. 무조건 캐릭터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제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죠. 중극장에 선 경험이 별로 없어서 긴장도 되는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원작이 자신의 ‘인생영화’라는 아이비는 “영화의 굉장한 팬이라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며 작품이 지닌 자랑거리도 풀어놓았다.
“일단 음악이 정말 좋아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건 딱 마츠코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고음과 고난도 가창 기술이 필요한 노래가 많아요. 장면 중에서는 마츠코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스트로베리 봉봉’이라는 곡을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사랑과 슬픔의 감정이 섞여서 가장 좋아해요. 또 ‘대학로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매력의 남자배우들도 많이 나와요(웃음).” 작품에는 배우 정욱진 전성우 강동호 등이 출연한다.
소설 영화 뮤지컬 모두 공통적으로 마츠코의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인생에서 풍기는 우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아픔과 결핍이 많은 사람일수록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요즘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실 어느 면에서는 누구나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많은 분들이 따뜻한 감정을 품고 집에 돌아가셨으면 해요.” 내년 1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4000∼8만8000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아이비 “조건 없는 사랑 주는 마츠코, 저랑 닮았죠”
입력 2017-11-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