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복지분야 의정 두각 김승희 의원 “文케어 재정 허점… 지속성 불투명”

입력 2017-11-19 20:39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 계속 보건복지 전문가로서의 맥을 짚어 간다면 유권자들은 언젠가 진가를 알아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양천구 지역주민들에게 서명을 받던 중 한 무리의 대학생들에게도 동참을 부탁하자 이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돌아온 대답은 “정치가 짜증난다”는 것.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한 충격”이었다. 정치에 투신한지 여러 해, 이날의 ‘사건’은 이후 청년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이야기다. 김 의원은 양천구를 중심으로 청년과의 접점을 늘이려는 여러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양천 지역 대학생 명예보좌진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 혐오’에서 ‘정치 흥미’로 시각을 돌리려는 노력은 고민의 첫 결실이 될 것이다. 이렇듯 보건복지 분야의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 전문 의원, ‘김승희’의 정치 여정은 그간 ‘전문가’의 냉철함에서 조금은 소탈한 ‘양천맘’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토대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기 때문일까. 김 의원은 ‘문재인 케어 저격수’로 불린다.



-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용익 전 의원은 “비급여 영역이 존재하며 계속 팽창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정체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풍선효과로 인해 보장률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성형미용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비급여를 급여화 하겠다는 게 과연 달성 가능하겠는가. 무엇보다 보건의료인들의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었다. 의료이용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전무하다. 보장성 강화는 제한된 재원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분석과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 보건당국은 “더 이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지체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간의 건강보험 급여정책과 다르다고도 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고 급여화가 진행되도 계속 엄청난 의료비를 납부해야 한다. 연간 의료비가 1억원이 소요되는 환자가 7000∼8000만원을 납부한다고 가계파탄이 막아지겠는가. 재난적 의료비와 전면 급여화는 맞닿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는 부분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 중 하나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오는 2027년까지 83조3000억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2027년까지 총 52조5000억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건강보험 지출 증가로 2019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차기정부 임기기간 동안 적자규모만 2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른 법정준비금 역시 차기정부 임기기간인 2026년 완전히 소진되는 것으로 추계된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보장성을 축소하는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치료비 걱정 없는 나라’라며 생색을 내고 부담은 차기정부에 떠넘기는 셈이다.”



- 문재인 케어의 재정 우려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면.

“첫째,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재인 케어는 차기정부와 미래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추계는 정확성이 낮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률이 최대 3.2%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성상철 이사장은 ‘보험료 3.2% 인상으로는 재원조달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셋째,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높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제1항에 따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최대 8%로 규정돼 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2025년 한계보험료인 8%가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동수당은 ‘탁상행정’이나 ‘전시행정’이라고 보나.

“아동수당은 국감뿐만 아니라 2018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아동수당 도입은 법적근거가 없다. 정부안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이다.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돼야 한다. 8월21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아동수당 도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현재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올해 아동수당 도입방안 및 효과성 분석연구 역시 완료도,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1년에 1조1000억원 투입되는 사업이다. 속도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책 도입 과정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승희 의원은 소문난 문케어 저격수… 알고보면 ‘양천맘’

김승희 의원은 이날 대부분의 시간을 정책 분석 및 비판에 할애했다. 인터뷰 말미 향후 행보를 물었다. 현재 김 의원은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총선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해도 지역선거는 당 차원 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도 사활을 걸어야 할 터. 김 의원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시련은 정치인의 자양분이 되기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지만, 건전한 보수가 한국을 발전시킨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김승희만의 정치란 무엇일까. 김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해야죠. 계속 보건복지 전문가로서의 맥을 짚어 간다면 유권자는 저의 진가를 알아줄 겁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보여진 김승희 의원의 이미지는 전문가, 냉철함, 보건복지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을 아는 이들은 그가 실제로는 친근한 ‘엄마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에 앞서 자주색 카디건 차림에 귤을 반으로 쪼개 기자에게 건네던 모습은 꽤 새로웠다. 김 의원은 ‘본인 PR’을 해보라는 기자의 요청에 손사레를 치며 웃었다. 웃음에는 ‘문케어 저격수’보다 ‘양천맘’의 이미지가 더 진하게 배여 있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