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배경·문제점은
포항지역 시험장 곳곳서 균열
경주 지진 이후 만든 가이드라인
현장서 실제 작동 여부도 미지수
시험장 재배정 등 일정 조정 예상
교육부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한 이유는 경북 포항 지역의 피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데다 수능 당일 우려되는 여진 때문이다. 만일 수능 당일 시험에 지장을 초래할 수준의 여진이 발생한다면 시험을 연기해서 발생하는 혼란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포항의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컸다. 교육부가 포항 지역 시험장 14곳을 전수점검해보니 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유성여고 등에서 건물 균열이 발생했다. 예비 시험장이었던 포항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확인됐다. 그 외 학교에서도 피해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포항교육지원청은 정부에 수능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시험 연기 요청이 (수능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며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심리적 상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 수능 연기를 공식 요청했는데 교육부가 이를 묵살하고 시험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여진 우려가 수능 연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규모 5.8이었던 경주 지진 때를 보면 지진 당일에 모두 52회의 지진(규모 1.5 이상)이 발생했다. 지진 이튿날에도 46회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진 발생 이틀 뒤에는 9회로 뚝 떨어졌다. 지진 당일과 이튿날 집중해서 지진과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초 수능일인 16일도 여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날인데 교육부가 시험을 강행했을 경우 부담이 매우 크다. 수능 당일 수험생은 매우 민감한 상태다. 감독관 구두 소리처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약간의 여진이라도 발생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경주 강진 이후 수능 당일에 적용할 ‘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할지도 미지수였다.
만약 강한 여진 때문에 일부 시험장에서 시험이 취소될 경우 대입 전체 일정이 어그러지게 된다. 수험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우선 출제진과 검토진이 다시 합숙을 하며 수능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출제를 서두른다 해도 3주에서 1개월가량 소요된다. 수능 성적으로 뽑는 정시모집은 물론이고 수시모집 일정도 타격을 받게 된다.
대입 일정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수험생들은 시험장을 다시 배정받게 된다. 부정행위 등의 우려 때문이다. 수능 전날 진행되는 수능 예비소집도 22일 다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성적 발표가 연기됨에 따라 수시모집의 논술전형과 합격자 발표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수능 시험 치르다 여진 땐 더 큰 혼란… ‘심리적 공황’ 우려
입력 2017-11-15 21:45 수정 2017-11-15 23:45